10조 이상부터 법정 공시로 바뀌는 ESG 의무화
2028년부터 연결 자산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ESG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합니다. 이는 기존에 거론되던 30조 원 기준보다 대상이 훨씬 넓어진 건데요. 첫해에만 291개사가 대상이 되고, 이후 2029년에는 5조 원 이상, 2030년에는 2조 원 이상 기업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공시 방식도 달라집니다. 기존 거래소 공시에서 벗어나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를 통한 법정 공시로 전환되면서 공시의 법적 구속력이 한층 강화됐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비재무 정보를 기업 가치 평가의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는 만큼,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취지가 담겨 있습니다.
늘어나는 법적 리스크와 현실적 부담
당연히 기업들의 걱정이 적지 않습니다. 법정 공시가 적용되면 허위나 부실 공시 시 손해배상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어 법적 리스크가 커졌는데요. 특히 스코프3처럼 협력사와 공급망 전체의 배출량까지 수집해야 하는 경우, 국내법 위반 소지는 물론 막대한 비용과 인력 부담이 따릅니다.
최근 개정 상법이나 노란봉투법 등으로 규제 부담이 이미 큰 상황에서 ESG 공시까지 추가되면서 과속 규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게다가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 ESG 반대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리 있다는 반응입니다.
면책만으로는 부족한 제도 안착의 조건
정부는 이런 우려를 일부 반영했습니다. 스코프3 공시는 3년 유예하고, 도입 초기 3년간에는 공시 오류에 대한 제재를 면제하는 세이프하버 제도를 마련했는데요. 다만 고의적인 그린워싱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해 엄벌에 처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이 제도가 과연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법적 책임을 강화한 만큼, 정교한 가이드라인과 업종별 파일럿 테스트를 통한 실질적인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현장의 혼란만 가중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유예 기간을 단순히 버티는 시간으로 삼지 않고 내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SG 공시 의무화는 글로벌 추세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방향입니다. 다만 규제를 넘어 기업이 스스로 지속가능성을 관리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과제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