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을 사면 전기요금이 할인되거나, 특정 시간에 세탁하면 전기가 공짜가 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삼성전자가 이탈리아, 영국, 네덜란드, 미국 등 주요 시장의 에너지 기업들과 손잡고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전기요금 절감 혜택을 제공하는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는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전력망 안정화에 기여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다른 맞춤형 혜택
가장 눈에 띄는 혜택은 이탈리아에서 시작됐습니다. 삼성전자는 이탈리아 최대 전력 기업 에넬과 협력해, 삼성 세탁기를 구매한 고객에게 2년간 최대 180kWh의 세탁용 전기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럽 기준 A등급 세탁기를 약 2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하는 상당한 규모입니다. 소비자는 스마트싱스 앱에 제품을 연동하는 것만으로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혜택을 자동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다른 방식을 택했습니다. 영국 에너지 기업 브리티시 가스와 함께 ‘삼성 주말 세이버 고정 요금제’를 선보였는데요. 이 요금제는 토·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가정의 전기요금을 50% 할인해줍니다. 세탁기나 건조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삼성 가전 사용자에게 적용됩니다. 이러한 시간대별 요금제는 소비자에게는 금전적 혜택을, 에너지 공급자에게는 주말 낮 시간대의 전력 수요를 분산시켜 전력망 안정화에 도움을 주는 윈윈 전략입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또 다른 접근법을 보여줍니다. 전자제품 유통사이자 에너지 기업인 쿨블루와 협력해,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삼성 세탁기와 건조기 사용 시 전기요금을 무료로 제공하는 ‘무료 세탁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태양광 발전이 활발한 낮 시간에 전력 소비를 유도해 재생에너지 활용 효율을 높이는 효과까지 노린 것입니다.
스마트홈 플랫폼이 연결한다
이 모든 혜택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앱 내 ‘에너지’ 메뉴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의 지역에서 적용 가능한 전기요금 할인 시간을 알림으로 받고, 각 가전제품별 실시간 전력 사용량과 예상 요금을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비스포크 AI 콤보 같은 제품은 ‘맞춤예약’ 기능을 통해 요금이 할인되는 시간대에 자동으로 세탁과 건조를 시작하도록 설정할 수 있어 편의성을 극대화합니다.
미국에서의 협력은 한 단계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줍니다. 에너지 기업 리프와 함께 운영 중인 ‘플렉스 커넥트’ 프로그램은 전력 수요가 극심해지는 시간대에 스마트싱스의 ‘AI 절약모드’가 자동으로 발동되어 연결된 가전제품의 소비전력을 최적화합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객에게는 전기요금 절약뿐만 아니라 삼성닷컴 포인트까지 제공되며, 이는 소비자가 전력망 안정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것에 대한 인센티브로 해석됩니다. 이 서비스는 캘리포니아와 뉴욕에 이어 최근 텍사스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진화하는 가전 회사의 역할
삼성전자의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에너지 서비스’ 영역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박찬우 삼성전자 B2B솔루션팀 부사장은 에너지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스마트싱스 고도화를 통해 에너지 효율과 사용자 편의를 동시에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내년 CES 2026에서는 에너지 고효율 AI 가전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결합된 통합 솔루션에 대한 집중이 더욱 강화될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트렌드가 가전 업계에 점차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에너지 비용은 가계 지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함께 전력 수급 패턴이 변하면서 시간대별 요금제나 수요 반응 프로그램 같은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삼성전자의 파트너십은 소비자 절감, 에너지 기업의 그리드 최적화, 그리고 자사 플랫폼 경쟁력 강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포괄적인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됩니다. 앞으로 다른 글로벌 가전 브랜드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그리고 국내 에너지 시장에도 유사한 모델이 도입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