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경제 성장률 3%대로 일제 상향
반도체 경기가 예상보다 강하게 돌아서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기존에 1%대까지 내려갔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최근 들어 3%대로 일제히 상향 조정되었는데요. KDI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3.2%로 0.7%포인트나 올렸고, 해외 주요 기관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상향 조정의 배경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KDI는 전망치 상승분 0.7%포인트 가운데 무려 0.6%포인트가 반도체 효과라고 짚었습니다. 수출 호조와 설비투자 증가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은 건데요. 실제로 올해 설비투자는 2021년 이후 5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해외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한국의 상품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51% 급증한 점을 근거로 성장률 전망을 3.5%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무디스는 고급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는 대체 기업이 제한적이라며, 이번 호황기가 2027년 중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일극화에 따른 양극화 우려
성장률 숫자는 밝아 보이지만, 이면에는 뚜렷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반도체 중심의 성장이 고용 확대나 민간 소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거리입니다. KDI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 전망을 기존 17만 명에서 11만 명으로 오히려 낮췄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자본집약적 특성상 고용유발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설비투자가 늘어도 일자리 창출은 기대에 못 미치는 셈입니다.
실질GDI는 크게 늘었지만 실질임금 상승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다른 제조업 부문의 업황이 여전히 밝지 않은 상황에서, 높은 경제성장률이 다수 가계의 소득으로 퍼지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체감경제와 통계상 성장률 사이의 괴리가 벌어지면서, 반도체 일극화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성장의 과실이 특정 산업과 자본에 쏠리는 구조가 지속될 경우, 경제의 내구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성장의 질을 높이는 과제
앞으로 한국 경제가 마주할 가장 큰 시험대는 성장의 지속성과 분산입니다. 반도체 호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비교적 확고하지만, 이 성과가 전체 경제로 고르게 확산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한국은행 역시 큰 폭의 전망치 상향을 예고한 상태라, 성장률 자체는 어느 정도 뒷받침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숫자 뒤에 감춰진 고용 부진과 소비 침체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책적으로는 반도체 산업의 설비투자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부진한 내수와 제조업의 회복을 도모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사실 이번 성장률 상향은 반도체라는 특수한 변수 덕분에 가능했을 뿐, 경제 전반의 건강도를 보여주는 지표는 아닙니다. 향후 몇 분기 동안 성장의 과실이 얼마나 다양한 계층과 산업에 전달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