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은 피한 제재
신한투자증권이 지난해 발생한 1300억원 규모 ETF 유동성공급자(LP) 손실 사고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 제재를 받았습니다. 이번 제재는 중징계에 해당하지만, 발행어음 인가 결격 사유인 영업정지에는 해당하지 않아 회사가 가장 우려하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습니다. 결국 신한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추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자격을 유지하게 된 겁니다.
김상태 전 사장에게는 '문책경고' 처분이 통보되었는데, 이는 향후 3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는 제재입니다. 금감원의 이번 결정은 1년여 간 진행된 현장검사와 조사를 마무리하는 의미를 갖습니다. 최종 제재 수위는 증권선물위원회 등의 추가 심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입니다.
드러난 내부통제 부실의 실체
이번 사고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약 두 달간 발생했습니다. ETF 유동성공급자(LP) 직원들이 선물 거래에서 발생한 막대한 손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 스와프 거래를 등록한 것이 핵심입니다. 문제는 단순한 직원들의 비리가 아니라 회사 전체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었죠.
관련 직원들은 이미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금감원은 조사 과정에서 신한투자증권의 위험 관리 시스템과 내부 감시 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손실 은폐 시도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경영진의 관리 책임이 논란이 됐습니다.
발행어음 인가 심사 재개될 듯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7월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금감원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심사가 중단된 채로 시간이 흘러왔습니다. 이번 기관경고 제재로 인해 심사 재개의 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영업정지 이상의 제재를 받아야만 발행어음 인가 결격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은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해 신규 인가 심사를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키움증권과 하나증권은 이미 외부평가위원회 심사를 마친 상태인데, 신한투자증권도 곧 심사 일정에 포함될 전망입니다. 현재까지 메리츠, 삼성, 신한, 키움, 하나증권 등 5개사가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가운데, 이번 결정이 발행어음 시장 경쟁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내부통제 강화 노력과 향후 과제
사고 이후 신한투자증권은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을 재정비했습니다. 김상태 전 사장이 책임을 지고 사임했고, 후임으로 이선훈 사장이 선임되어 비상 경영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준법감시관리자 인력을 대폭 확대하고 감사정보분석팀을 신설하는 등 위험 관리 체계를 강화했죠.
특히 내부 운용 시스템과 성과 보상 체계를 전면 재검토했습니다. 내부통제 이슈 발생 시 최고경영진을 포함한 전 임원의 성과급을 일괄 차감하고, 부서평가에 내부통제 평가 비중을 늘리는 조치도 취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금감원의 제재 수위 결정에 어느 정도 고려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신한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인가 심사에 본격적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번 사고로 인한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금융당국도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지속적인 감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