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은 재개됐지만, 갈림길에 선 선박들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흐름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국제해사기구는 고립됐던 선원 1만 1천여 명을 대피시키는 대규모 작전에 착수했고,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 선박과 초대형 유조선들도 속속 해협을 통과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박 운영사들이 마주한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오만 인근 해역에서 공중 엄호를 제공하는 수호천사 항로 이용을 권고하는 반면, 이란은 사전 허가와 자국 해안 인근 북쪽 항로 통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제재 위반 혹은 억류라는 전혀 다른 운명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선주들은 보험 적용 문제와 안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한국 선박 22척은 여전히 안갯속
종전 합의 이후 한국 선사 운용 선박 2척이 추가로 해협을 빠져나왔습니다. 다만 해당 선박들은 한국인 선원이 탑승하지 않았거나 한국행이 아니었고, 여전히 22척의 선박과 135명의 우리 선원이 넉 달 가까이 고립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이란 등 유관국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안전한 통항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두 나라의 기싸움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란은 보험료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통행료를 부과하려 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이유로 재봉쇄까지 선언한 상태입니다. 반대로 미국은 협상 결렬 시 안보 서비스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압박 수위를 조절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선사들은 페르시아만해협청에 통항 신청을 마쳤어도 확답을 받지 못한 채 불안감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물류 회복세와 불확실성 사이
현재 호르무즈 해협의 하루 통과 선박은 30척 안팎을 기록하며 전쟁 발발 이후 최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는 운항 위험 수준을 심각에서 보통으로 낮췄고, 일부 선박들은 안전을 위해 자동식별장치를 끈 채 이동하는 모습도 포착되었습니다. 물류의 핵심 동맥이 다시 살아나는 듯한 흐름 속에서도 근본적인 불안은 여전합니다.
특히 60일간의 자유 통항 기간이 끝나면 어떤 조치가 이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통행료 부과가 국제법 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실제 항로의 안전과 선원들의 생명이 먼저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물류가 완전히 정상화되려면 미국과 이란 간의 구체적인 통항 메커니즘 마련과 함께, 남은 우리 선박들의 무사한 귀환이 먼저 뒷받침돼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