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동결과 절약 호소, 중동 위기 속 정부의 선택과 도전

대비경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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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달 전 수정 · 2026년 3월 27일 오전 7:38

발행: 2026년 3월 25일 오후 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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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 대신 국민의 자발적 절약에 호소하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한국전력의 누적 부채와 산업용 전력 의존도가 높은 구조 속에서, 가격 통제 없이 연대와 참여에 의존하는 이 전략의 성패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고유가 위기와 선택의 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맞서 본격적인 ‘비상 모드’에 돌입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이번 사태를 1970년대 오일쇼크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충격을 합친 것만큼 심각하다고 평가한 만큼, 정부의 위기감은 컸습니다. 이에 청와대 내 비상경제상황실과 국무총리 주재 비상경제본부를 가동하는 등 총력 대응 체계를 구축했고, 31일 국회에 25조원 규모의 ‘전쟁 추경안’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정부가 내린 한 가지 중요한 결정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국제 유가와 LNG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전기요금 인상은 피하고, 대신 국민들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에 호소하는 길을 택한 것이죠.

“요금은 그대로, 절약은 함께” 정부의 전략

이 같은 선택의 배경에는 한국전력의 독점 공급 구조와 정부의 책임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러 차례의 회의와 현장 방문에서 전기요금은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신 전력 수요 관리를 위해 국민의 협조를 적극적으로 당부했는데요. 공공 부문에는 차량 5부제 실천을 솔선수범하도록 요구했고, 일반 국민에게는 대중교통 이용과 불필요한 전기 사용 줄이기 같은 일상 속 실천을 호소했습니다. 또한, 석유 가격 안정을 위해 2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며, 주유소들의 합리적 가격 책정을 당부하고 담합이나 매점매석에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정부의 핵심 전략은 가격 인상을 통한 충격 흡수보다는, 민관이 함께 고통을 나누는 ‘연대’를 통해 위기를 관리하겠다는 겁니다.

쌓이는 적자와 넘어야 할 장벽

그러나 이 전략이 순조롭게 작동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한국전력의 재정 상태입니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한전의 구매 원가가 크게 올랐지만, 요금을 동결하면 그 차액은 모두 한전의 적자로 돌아갑니다. 현재 한전의 누적 부채가 약 200조 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위기가 재정 건전성에 미치는 부담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 구조는 상당 부분 산업부문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산업용 전력이 전체 판매량의 48%를 차지할 정도로 제조업의 비중이 높은데, 이 부분의 효율 개선 없이는 가정에서의 자발적 절약만으로 총 수요를 크게 줄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는 삼성 등 대기업에 자발적 절감 조치를 유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유인책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전망입니다. 결국, 정부의 ‘절약 호소’ 전략은 국민의 공감과 참여라는 무른 힘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이 힘이 한전의 거센 적자 폭과 산업계의 에너지 수요를 당겨낼 수 있을지가 향후 최대 관건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