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 '칸트 문제' 정답 논란, 철학 교수와 평가원이 맞선 이유

S한동조
10개의 관련 기사

일 년 전 수정 · 2025년 11월 20일 오전 3:32

발행: 2025년 11월 19일 오후 6:36

요약 생성중...

2026학년도 수능 국어 17번 '칸트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포항공대 이충형 교수가 정답이 없다고 주장한 가운데, 입시업계와 교육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평가원은 25일 이의 신청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정답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번 사태는 수능 문제의 적정 난이도와 출제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제기하고 있다.

철학자의 날카로운 지적

2026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 17번 문항이 철학계와 교육계를 뜨겁게 달아올리고 있습니다. 포항공대 이충형 철학과 교수가 "이 문제에는 정답이 없다"고 주장하며 본격적인 논쟁에 불을 지핀 건데요. 문제는 독일 철학자 칸트의 '인격 동일성' 개념을 다루고 있으며, 두뇌 의식을 스캔해 프로그램으로 재현했을 때 원본과 재현된 의식이 동일한 인격인지 묻는 내용입니다.

평가원은 3번을 정답으로 발표했지만, 이충형 교수는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지문에서 '생각하는 나'와 '영혼'을 연결하는 논리적 고리가 부족해 정답으로 제시된 3번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철학 전문가로서의 권위를 인정받은 교수의 주장이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문 속 숨겨진 논리적 함정

문제의 핵심은 '의식 스캔'이라는 가상의 상황에서 인격 동일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입니다. 갑은 "재현된 의식은 신체가 결여되어 본래 인격과 동일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반면, 평가원이 정답으로 채택한 3번 선지는 "칸트 이전까지 유력했던 견해에 따르면 갑의 입장은 옳지 않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충형 교수는 여기서 결정적인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지문에서 칸트 이전의 견해는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지속되는 것을 인격 동일성의 근거로 봤는데, 의식을 스캔하여 재현하는 순간 이 '단일한 주관' 조건이 깨진다는 점입니다. 의식 재현 과정에서 원본과 복제본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게 되면 '단일한 주관'이라는 전제 자체가 무너지게 됩니다. 따라서 갑의 주장이 옳고 3번은 정답이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입시 현장의 엇갈린 반응

입시 업계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충형 교수의 지적이 타당하다고 보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수능 문제는 지문에 제시된 정보만으로 풀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합니다. 종로학원 김도성 국어 강사는 "지문 내에서 논리를 따라가면 3번을 선택할 수 있다"며 문항 오류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한편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연구소장은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고등학생 수준을 넘어서는 철학적 배경지식이 필요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수험생들에게 지나치게 어려운 개념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문제 해결에는 피상적인 유사성만으로 접근하게 했다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죠.

AI 시대와 수능의 방향성

이충형 교수는 이 문제가 "AI 시대에 적합하지 않은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최근 등장한 인공지능 챗GPT도 이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지식의 양을 묻는 문제가 아니라 복잡한 논리적 사고를 요구하기 때문인데요.

숙명여대 송기창 교수는 "수능에서 변별력을 유지하지 않으면 대학별 고사 등 다른 평가 기준이 필요해진다"며 현행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변별력 확보라는 명분으로 지나치게 난해한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향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현재 평가원에는 해당 문항에 대한 이의 신청이 10건 접수되었으며, 총 675건의 이의 신청을 심사한 뒤 25일 최종 정답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번 논란이 단순한 한 문제의 정답 여부를 넘어 수능 출제 방향 전체에 대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