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신고로 드러난 민낯
경찰청이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전국에서 처음 시행한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기간에 총 1,777명이 스스로 베팅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신고자의 평균 나이는 15.5세였고, 10개월 동안 평균 300만 원을 도박에 썼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슬롯과 바카라 같은 카지노형 게임이 전체의 95.9%를 차지해 중독성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줬습니다. 이번 신고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고, 실제로 2025년 실태조사에서는 도박 경험 청소년이 15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었습니다.
친구 권유와 놀이 문화가 만든 늪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지는 경로는 대부분 또래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도박 경험 청소년의 60% 이상이 친구나 선후배의 권유로 처음 접촉했으며, 58.5%는 단순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로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 속 확률형 아이템에 익숙한 세대 특성상 도박에 대한 심리적 경계가 낮고, 사이버 도박을 범죄가 아닌 놀이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문제는 이른바 놀이가 부모 폭행, 절도, 사기, 불법 사금융 이용 등 끔찍한 2차 범죄로 번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울산의 한 학생은 2년간 2억 원을 탕진하고 어머니까지 폭행했으며, 서울에서는 중고생 14명이 도박 서클을 만들어 절도와 사기를 일삼았습니다.
치유와 선처, 그리고 남은 과제
정부는 자진신고자의 95% 이상을 전문 치유 기관에 연계했고, 프로그램을 이수한 222명 중 166명에게 훈방이나 즉결심판 등 선처를 베풀었습니다. 치료 후 도박문제 선별척도 점수가 절반 가까이 낮아지는 성과도 확인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불법 도박 사이트 464곳의 접속 차단을 요청하고, 불법 사금융 피해 청소년 5명에게 채무자대리인 지원을 연계하는 등 후속 조치도 진행했습니다. 다만 정작 중요한 건 예방입니다. 학교와 가정에서 사이버 도박을 단순한 일탈이 아닌 중독 질환과 범죄로 인식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 경찰청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자진신고 제도의 상시 운영 여부를 검토하며 장기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