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게 이어진 개표소 봉쇄...176명 수사 중
6월 3일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로 시작된 잠실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가 32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총 186명이 관련 사건으로 접수되었고, 이 가운데 176명이 폭행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혐의별로는 폭행이 74명으로 가장 많았고, 명예훼손과 모욕 66명, 강요 및 업무방해 27명, 공무집행방해 9명 순이었습니다.
이미 일부 사건은 처벌로 이어졌습니다. 국정조사특위의 현장 조사를 방해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60대 남성은 지난 4일 구속되었습니다. 이는 지난달 경찰에게 침을 뱉고 욕설을 한 40대 여성에 이은 두 번째 구속 사례입니다. 경찰은 정당한 법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청년 참정권 시위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처음에는 2030 청년층 중심으로 참정권 침해를 규탄하는 시위였습니다. 선거 당일 투표지가 떨어지면서 발생한 혼란에 항의하는 성격이 강했는데요. 하지만 한 달이 넘는 장기화 과정에서 시위의 성격이 점차 변하면서, 초기 주도층이었던 청년층은 빠지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고령층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법 행위도 잇따랐습니다. 지난달에는 여자 핸드볼 유소년 국가대표 선수들을 무단으로 수색하기도 했고, 취재 기자와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출입을 막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국조특위가 1,500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27일 만에 개표소에 진입했지만, 위원회가 철수하자마자 출입구는 다시 봉쇄되었습니다. 현재까지 봉쇄가 풀리지 않아 해당 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체육단체들의 불편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바디캠은 사비로"...불법 앞에 무력감 호소하는 경찰
시위 현장에 투입된 경찰관들의 처지도 쉽지 않습니다. 정당한 공무집행을 하다가도 과잉진압 프레임에 씌워져 고소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일부 경찰관은 혹시 모를 송사에 대비해 사비로 바디캠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경찰청이 적극행정 면책 요건을 확대했지만, 이는 내부 징계에만 해당할 뿐 민형사상 책임은 여전히 개인이 져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관들의 정신건강 지표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경찰청 소속 직원 가운데 우울증 진료 인원이 2020년 1,068명에서 2025년 2,058명으로 92.7%나 늘었습니다. PTSD 진료 인원도 같은 기간 128명에서 263명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는데요. 현장의 무력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책임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정당한 법 집행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국조특위는 올림픽공원 개표소 검증에 이어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를 방문해 투표지 인쇄량 축소 결정 과정을 조사했습니다. 여야는 선관위 특검 도입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다만 수사 범위나 추천권 등 세부 사항을 두고는 의견 접근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는 단순한 선거 사건을 넘어 공권력 집행과 시민 불복의 경계에서 새로운 사회적 쟁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