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꾼 해킹의 문법
국가정보원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2100여 개 기관을 대상으로 긴급 보안점검에 들어갔습니다. 인공지능 기반 해킹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공공 영역 전반의 취약점을 선제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겁니다. 점검은 지난 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도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도 사이버 보안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진화하는 해킹 위협을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며 보안체계의 근본적 혁신을 주문했습니다. 사후 수습이 아니라 예방 중심으로 체계를 갈아엎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왜 지금인가
배경에는 최근의 대형 사고들이 자리합니다. 이 대통령은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해킹 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아 약 63억 달러 규모의 피해를 낸 사례를 직접 언급했습니다. 국가 경제와 안보를 흔들 수 있는 수준으로 위협의 크기가 커졌다는 판단입니다.
기술적 취약점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정부기관에서 폭넓게 쓰이는 PHP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이 외국발 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코드 검토와 패치 적용, 접근 통제 강화까지 포함한 점검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공격 속도가 방어 속도를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AI가 취약점 탐색과 공격 자동화를 돕는 도구가 되면서, 사람이 일일이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한계에 부딪힌 겁니다.
'차르'라는 해법
그래서 나온 카드가 '사이버보안 차르'입니다. 차르는 특정 현안을 총괄하는 수장을 뜻하는 표현으로, 최근 미국에서도 AI 차르 임명이나 사이버 특별보좌관직이 같은 이름으로 불려왔습니다. 우리 정부도 부처별로 흩어진 보안 기능을 한곳에서 조정하는 범정부 기구 설치를 적극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입니다.
물론 조직 신설에는 부처 간 역할 조정과 법적 근거 마련이 따라야 하고, 인력과 예산 확보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정보통신과 에너지, 금융 등 국가 핵심 인프라의 취약점을 얼마나 빈틈없이 메우느냐가 관건인데요. 반도체와 AI 못지않게 사이버 보안 역량이 국가 경쟁력을 가른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입니다.
점검 결과와 후속 조직 개편안의 윤곽이 언제 나올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