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해외 범죄의 그림자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취업 사기와 납치·감금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해외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2020년 13명에 불과하던 실종자 수가 지난해 61명, 올해 상반기만 59명으로 급증했고, 납치·감금 피해자도 2020년 5명에서 올해 8월까지 330명으로 폭증했습니다. 이런 추세는 캄보디아뿐 아니라 중국, 태국, 일본,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확인되고 있어 해외 범죄 대응 시스템 전반의 점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역사적 배경과 왜곡된 인식
캄보디아에 대한 논의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범죄에 대한 공분과 별개로 확산되고 있는 왜곡된 담론입니다. 캄보디아의 경제적 어려움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폭격과 크메르루주 정권 등 비극적인 현대사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60년 전만 해도 한국의 1인당 GDP는 캄보디아보다 불과 30% 높았지만, 한국이 '월남 특수'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루는 동안 캄보디아는 전쟁으로 황폐화되었습니다. 이런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채 캄보디아를 단순히 '중국의 속국'으로 묘사하는 인식은 혐중 정서와 결합해 차별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과 노동 환경
한국은 캄보디아의 주요 투자국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봉제공장 등에서 노동 착취와 부당 노동 행위가 만연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저임금을 이용해 막대한 이윤을 얻는 동안 현지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해 장시간 잔업을 해야 했고, 일부 기업은 노조 탄압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농업 분야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가 2020년 한파 속에서 난방이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죠. 국제사면기구는 국내 캄보디아 노동자들을 '현대판 노예'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재외국민 보호 시스템의 한계
정부는 캄보디아에 대응팀을 파견하고 현지 범죄 실태를 점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총리와 '코리아 전담반' 가동에 합의하고 11월 초에는 주캄보디아대사관에 경찰 2명을 추가 파발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닌 재외국민 보호 시스템의 근본적 한계로 보고 있습니다. 2023년 외사국 폐지로 축소된 외사 인력과 대응 역량, 실시간 위치 확인 시스템 부재 등이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한국인 실종 의심 사례가 2020년 42명에서 지난해 135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고, 태국에서도 올해 11명의 납치·감금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 위험 지역이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설적 관계와 안전 보장의 균형
앞으로의 과제는 한국인의 안전을 보장하면서도 캄보디아와의 관계를 건설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있습니다. 캄보디아 당국과의 협력을 통해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류제국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상호 존중하는 관계를 구축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영사조력법 개정을 통한 피해자 지원 강화, 범죄인 인도 등 국제 공조 체계 확립, 해외 체류 국민에 대한 종합적 보호 체계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해외 범죄 조직의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이동이 빈번해지는 만큼, 정부의 대응도 보다 체계적이고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