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찾아온 북한 선수단
북한 여자축구 클럽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오는 17일 한국을 방문합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참가하기 위해서인데요, 2018년 국제탁구연맹 대회 이후 약 8년 만에 찾아오는 북한 선수단입니다. 선수 27명과 스태프 12명 등 총 39명 규모로,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20일 오후 7시에는 수원종합운동장에서 국내 여자축구 강호 수원FC 위민과 준결승전을 치르게 됩니다. 이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첫 공식 스포츠 교류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북한 내 1부 리그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강팀입니다. 2012년 창단된 후 평양 소비재 기업 '내고향'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지난 시즌 조별리그에서 수원FC 위민을 3대0으로 이긴 경험이 있습니다. 리유일 전 북한 여자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이 팀은 연령별 월드컵 우승 경험을 가진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어 전력이 상당합니다. 승리 팀은 23일 호주 멜버른 시티와 일본 도쿄 베르디의 승자와 결승전에서 맞붙게 됩니다.
'적대적 두 국가' 사이의 경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혹은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지난해 말 발언 이후, 이번 방한은 정치적으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이런 기조 아래서도 선수단을 파견한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첫째는 100만 달러(약 15억 원)에 달하는 대회 우승 상금입니다. 대회 불참 시 AFC에 내야 하는 벌금을 피하고 외화를 확보하려는 경제적 동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둘째는 체제 선전 목적입니다. 북한은 과거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이를 내부 주민들에게 자랑스러운 성과로 홍보해왔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남조선 땅에서 아시아 최강에 올랐다'는 상징성을 통해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부와 청와대는 이번 방한을 '순수 민간 스포츠 교류'이자 '국제대회 차원의 협력'으로 평가하며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통일부와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단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북한 측은 방한 과정에서 남북 당국 간 직접 접촉을 피하고 AFC를 통해 모든 절차를 진행했으며, 판문점이나 직항편 대신 중국 경유 방식을 선택하는 등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체육 교류의 역사와 향후 전망
남북 체육 교류는 1990년 통일 축구대회를 시작으로 36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으로 큰 관심을 받았고, 이는 당시 북미 대화 재개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관계가 경색되면서 모든 교류가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방한은 얼어붙은 남북 관계에 작은 균열을 내는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교류가 즉각적인 대화 재개로 이어지기는 어렵지만, 최소한의 소통 창구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이 9월 아시안게임에도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할 것을 예고한 만큼,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의 활동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관계 개선을 위한 돌파구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교류가 더 확대되고, 이를 계기로 고위급 접촉이나 실무 협상이 이어져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한 선수단에 고위급 인사가 동행하지 않을지 주목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20일 열릴 경기 자체는 AFC 주관의 국제 클럽 대회로, 축구팬들은 세계 11위 북한 여자축구의 실력과 수원FC의 맞대결이라는 스포츠적 재미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