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가 남긴 비극
지난 24일 낮 대전 중구의 한 주택에서 40대 여성 B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전 연인인 40대 A씨가 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피해자는 사망 30분 전 아들에게 “폭행당했다”고 전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자 아들이 A씨에게 전화했고, A씨는 “집을 나와 택시를 탔다”고 말한 뒤 도주했습니다.
A씨는 범행 직후 유심칩을 빼고 택시를 타 인천공항으로 향한 뒤 강릉으로 이동했습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약 17시간 40분 만인 25일 오전 강원도 강릉의 숙박업소에서 A씨를 검거했습니다. A씨는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저질렀다고 주장합니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대전지법은 27일 오후 2시 30분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풀렸다가 다시 이어지지 못한 보호 조치
B씨는 지난해 10월 A씨의 지속적인 전화와 문자를 스토킹으로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A씨에게 접근과 연락 제한을 명령하는 긴급응급조치를 내리고 B씨에게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B씨는 20여일 뒤 화해했다며 스마트워치를 반납했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경찰은 사건을 불송치했고, 두 달 뒤 두 사람이 다툰다는 112 신고도 “잘못 눌렀다”는 진술을 토대로 종결했습니다.
경찰은 A씨의 스토킹이 지속적이지 않았고 피해자가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관리가 어려웠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관계성 범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에만 기댄 대응이 참극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경찰의 위험 사례 전수 조사에서도 이 사건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빠졌습니다.
남은 쟁점
이번 사건은 피해자의 의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보호 체계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가해자를 격리할 수 있는 제도와 법원에 직접 잠정조치를 신청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A씨의 우발적 범행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도 수사의 핵심입니다.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 결과와 부검 소견을 토대로 범행 동기와 계획성을 가려낼 계획입니다. 신상 공개 여부도 법과 절차에 따라 검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