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이틀 연속 동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며 시장이 극심한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7월 29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5.98% 하락한 5663.24에 마감했고, 장중에는 12% 넘게 폭락하며 5200선까지 밀렸습니다. 이틀 사이 코스피 시가총액만 865조 원이 증발했고, 한 달여 만에는 2780조 원이 사라졌습니다. 이는 지난해 명목 GDP 규모에 육박하는 액수입니다.
이번 달 하락폭은 33%로,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수준입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절망과 좌절감이 확산되고 있으며, 일부 투자자는 국회 정문에 근조 화환을 설치하는 등 격한 반응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실적과 공포의 악순환
이번 폭락의 진원지는 단연 반도체 대장주였습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57% 증가한 60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지만, 시장 기대치인 63조 원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컨퍼런스콜에서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제시되지 않자 실망 매물이 쏟아졌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았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까지 15조 8000억 원을 순매도하며 시장을 짓눌렀고, 개인 투자자들도 저가 매수에서 순매도로 돌아서며 2조 원 가까이 던졌습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신용거래융자 26조 원과 미수금 1조 원대로 인한 반대매매 우려까지 겹쳤습니다. 주가 하락이 담보 가치를 훼손하고 다시 강제 청산을 부르는 악순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뚜렷한 지지선과 수급 회복 과제
시장은 현재 바닥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5400~5600선을 중장기적 저점으로 보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515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합니다. 현재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이 5.1배로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는 점은 일단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노무라증권은 이번 조정이 기업 펀더멘털 악화가 아닌 수급 불균형에 따른 것이라며,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면 대형주 중심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이 재평가의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상태에서 8월 반도체 수출 지표와 미국 FOMC 결과 등 대외 변수가 향후 방향성을 가를 핵심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