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가 증명한 페달 오조작
지난 13일 부천 제일시장에서 1톤 화물차가 130여 미터를 질주하며 2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9명에게 부상을 입힌 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통시장의 안전 사각지대가 다시 한번 드러났습니다. 운전자는 물건을 진열하던 중 가판대와 접촉사고를 낸 후, 기어를 주차 모드에 놓지 않은 채 차량에서 내렸다가 차가 움직이자 당황해 다시 탑승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사고 차량에 설치된 페달 블랙박스 영상에는 운전자가 명확하게 가속 페달을 밟는 모습이 담겨 있었죠. 더욱 중요한 증거는 사고 현장에서 브레이크등이 한 번도 켜지지 않았고, 급제동 시 나타나는 스키드 마크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운전자 본인도 경찰 조사에서 페달 오조작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좁은 골목길의 구조적 문제
전통시장의 좁은 통행로는 이번 사고의 피해 규모를 키운 결정적 요인입니다. 대부분의 전통시장 골목은 폭이 3.3m 정도에 불과한데, 현행 조례는 소방차 통행을 위해 4m 이상의 통로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차량이 뒤섞여 움직이는 좁은 공간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들이 피할 여유가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 5월 강동구와 춘천시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해 수십 명의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상인들의 입장에서는 차량 통행이 불가피합니다. 크고 무거운 상품을 운반하기 위해서는 차량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전과 편의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한 채 사고는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일부 시장에서는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하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실정입니다.
해결되지 않은 기술적 과제
페달 오조작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만도 전국에서 120여 건의 유사 사고가 발생했고, 5년간 누적 사고 건수는 300건을 넘어섰습니다. 오조작 방지 장치는 이미 그 효과가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차에 대한 의무화 시행이 2029년으로 늦춰져 있습니다. 택시 시범 사업에서는 이 장치가 급가속을 모두 차단하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기존 차량에 대한 개조 문제와 기술적 보완 필요성이 해결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기술적인 보완 없이는 운전자의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기술 개발과 함께 기존 차량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 방안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찾아오지 않는 안전 대책
국회에는 전통시장 주변을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법안이 제출되는 등 제도적 개선 움직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상인들과 이용객들이 스스로 안전을 챙겨야 하는 구조입니다. 전문가들은 시간제한을 통한 차량 통제와 안전 시설 확충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는 사고 현장에 심리회복지원 상담소를 설치해 피해자들과 지역 주민들의 트라우마 극복을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후 조치일 뿐, 근본적인 예방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유사 사고의 재발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전통시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의 교통 안전 문제는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닌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