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로 얼어붙은 국회…여야 강경 대치에 민생법안 처리 지연

KM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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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수정 · 2025년 12월 12일 오후 2:19

발행: 2025년 12월 12일 오전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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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와 여야 간 강경 대치로 인해 마비 상태에 빠졌다. 가맹사업법 개정안 표결은 지연 끝에 통과됐지만,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지속되며 60여 개의 민생·경제 법안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민생 발목잡기'라 비판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8대 악법' 저지를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맞서고 있다. 과거 협치 사례와는 달리 당리당략에 매몰된 채, 국회의 입법 기능이 사실상 정지된 위기 상황이다.

12월 국회 본회의장은 팻말과 무제한 토론이 난무하는 가운데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습니다. 국민의힘이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하면서,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비롯해 60여 건이 넘는 민생법안들의 처리가 연말까지 늦어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여야 모두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강 대 강’ 대치로, 국회는 당리당략의 장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팻말과 마이크 차단의 신경전

상황은 지난 10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필리버스터를 우원식 국회의장이 마이크를 끄며 중단시키면서 촉발됐습니다. 이에 대한 반발로, 다음 날인 11일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필리버스터에 나서며 스케치북 형태의 팻말을 들었습니다. 팻말에는 "61년 만에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방해한 곳"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죠. 곽 의원은 이어 "또 마이크 끄시게요?"라고 적은 팻말을 보이며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패러디하기까지 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필리버스터를 펼쳤던 법안에 대해 정작 표결 때는 찬성표를 던지는 모순된 모습도 관찰됐습니다. 대표적으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로 이틀간 표결이 지연됐지만, 결국 재석의원 대부분의 찬성으로 통과됐습니다. 즉, 반대 의사 표시의 수단으로 필리버스터를 악용하며, 국회 의사 진행 자체를 마비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셀프 방해에 빠진 입법 공방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이런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자기들이 발의해 놓고 (필리버스터로) 방해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해괴한 발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실제로 국민의힘이 발의에 참여한 법안까지 필리버스터 대상으로 삼는 ‘셀프 방해’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민주당은 이를 두고 민생을 인질로 삼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라고 규탄했습니다.

국민의힘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법 왜곡죄 신설 등 이른바 ‘8대 악법’의 연내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필리버스터를 선택한 겁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법안들을 ‘전체주의 8대 악법’이라 규정하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이번 사태는 특정 쟁점법안을 둘러싼 대립이, 필리버스터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통해 모든 입법 프로세스를 잠식해버린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지연되는 민생, 답보 상태의 국회

이런 강경 대치는 합의가 이미 이뤄진 민생 법안들까지 덩어리로 묶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특별법, 국립소방병원법, 반도체특별법, 우주개발진흥법 등 경제 활성화와 국민 생활에 직결된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하고 대기열에 쌓여 있습니다. 법안 한 건당 24시간의 필리버스터 후 표결이 이루어지는 현재의 패턴으로는, 12월 임시국회 동안 처리될 수 있는 법안은 고작 6건 안팎에 불과할 전망입니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과거에는 협치의 모범 사례가 존재했다는 점입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여야는 상법 개정안을 ‘1호 협치 법안’으로 통과시키고 예산안도 법정 시한 내에 합의 처리한 바 있습니다. 정치를 ‘타협의 예술’이라고 정의한다면, 현재의 국회는 그 예술을 완전히 망각한 채 파행의 늪에 빠져 있는 셈입니다. 양측 모두 상대방의 강경 대응을 비난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한 발짝도 양보할 생각이 없는 모순된 광경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끝나지 않는 전쟁, 그리고 불확실한 해법

앞으로의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표결을 시작으로 은행법, 경찰관법 등 민생 개혁 입법을 예정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8대 악법’이 철회될 때까지 모든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재 노력도 팻말과 신경전 속에서 힘을 잃은 상태입니다.

이러한 대치가 장기화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입니다. 경제 활성화를 기대했던 법안들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들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실질적인 불편과 불이익이 발생할 수밖에 없죠. 여야가 당파적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국민을 위한 정치로 회귀할 때까지, 국회 본회의장의 시간은 계속 멈춰 있을 것입니다. 해법은 오로지 양보와 대화에 있지만, 현재로써는 그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