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가속화되는 물가 압력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물가지표가 예상보다 뜨거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슈퍼코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0.43% 상승했는데요.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입니다. 에너지와 식료품뿐만 아니라 주거비를 제외한 이 ‘슈퍼코어’ 지표는 인플레이션의 내재적 압력을 보여준다고 평가받습니다. 문제는 이 상승세가 2개월 연속 가속화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3%대에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도 3.51%를 기록하며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죠.
같은 달 발표된 전체 PCE 물가 상승률은 2.8%였지만, 변동성이 큰 항목을 뺀 핵심 물가의 흐름이 더 무거워진 겁니다. 하버드대 제이슨 퍼먼 교수는 일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수 있다고 보지만, 연준이 이를 과신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연준은 작년에 금리를 너무 많이 인했을 수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하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소비 위축과 고유가의 이중고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소비자 심리와 경기 지표도 냉랭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연율 기준 0.7%로, 초기 발표치의 절반 수준으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소비자 지출과 기업 투자가 예상보다 둔화된 영향입니다. 또한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 이후 미국 소비자심리지수가 악화되었고, 소비자들의 미래 물가 상승 예상치도 함께 높아졌습니다. 이는 소비 심리의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 회복 자체를 더디게 만들 수 있는 부정적인 고리입니다.
여기에 고유가 장기화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브렌트유 등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에 근접하면서, 이로 인한 파급 효과가 다른 품목의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고유가는 수송비를 올리고, 화학 원료 등 생산 비용을 증가시켜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연준의 최종 목표인 2% 인플레이션 달성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죠.
‘인하 없는 해’ 가능성과 시장의 반응
이런 복합적인 악재들이 모여, 금융시장의 화두는 ‘금리 인하 시점’에서 ‘금리 인하 자체의 유무’로 바뀌고 있습니다. 리버프런트의 케빈 니콜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그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금리 인하 시점이 크게 늦춰질 수 있다고 봅니다. 즉, 물가보다는 전쟁과 같은 외부 충격이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장은 이미 이런 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뉴욕 증시는 물가지표 발표 후 이틀 연속 하락 마감했는데요. 투자자들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경우, 금리 인하 시점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연준 입장에서는 2% 물가 목표를 고수해야 하는 원칙과, 높은 금리가 경기에 미치는 부담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까다로운 국면이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