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담합이 부른 빵플레이션
최근 몇 년간 빵과 설탕 값이 급등하는 '빵플레이션', '슈거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면서 서민 경제에 부담이 커졌다. 이제 그 원인이 명확해졌다. 검찰이 2일 밀가루와 설탕 가격을 담합한 업체들에 대해 무더기 기소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 담합 규모는 무려 10조원에 육박한다. 밀가루 담합은 5년 9개월간 이어지며 5조 9,913억 원, 설탕 담합은 4년 2개월간 3조 2,715억 원의 부당 이익을 남겼다. 이로 인해 밀가루 가격은 최대 42.4%, 설탕은 **66.7%**까지 올랐다. 밀가루 담합에는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등 시장 점유율 75%를 차지하는 3대 제분사를 비롯해 총 6개사가 가담했고, 설탕 담합에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빅3가 연루됐다. 검찰은 밀가루 담합에 가담한 6개 제분사와 임직원 20명, 설탕 담합에 연루된 대표급 임원 13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사다리 타기'로 포진한 담합의 실체
담합을 주도한 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사다리 타기' 방식을 사용했다. 가격을 한꺼번에 올리면 눈에 띄기 때문에, 순서를 정해 돌아가며 인상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사가 먼저 올리면 B, C사가 뒤따르는 식이었다. 실제로 확보된 녹음 파일에는 "강력분·박력분은 4000원, 중력분은 3000원을 올리자"는 담합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심지어 이들은 공정위를 **'공 선생'**이라 부르며 수사망을 의식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공 선생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자"는 등의 메시지가 확인됐다. 수사가 시작되자 "자기가 올린 문서는 자기가 지우자", "너무 많이 (자료를) 지우면 증거인멸로 갈 것 같다"는 등의 증거 인멸 시도도 있었다. 이처럼 치밀하게 진행된 담합으로 인해 밀가루와 설탕 가격은 물가 상승률을 크게 앞지르며 소비자들에게 전가됐다. 정부의 물가 안정 요청에도 업체들은 "3사가 합의하면 절대 가격을 못 내린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검찰의 대응과 향후 과제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이 큰 성과를 냈다"며 격려했고, 담합으로 얻은 부당이익 환수와 법정형 상향 등 제도 개선을 지시했다. 현재 공정거래법 위반의 법정형은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2억 원 이하로, 담합으로 얻은 이익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검찰 역시 법정형 상향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수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물가 인상을 언급한 지 약 5개월 만에 이뤄진 성과로,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처벌 강화와 함께 소비자 피해에 대한 환수도 추진될 예정이다. 검찰은 이번 기소를 통해 담합 행위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