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으로 찾은 한의원, 3시간 만에
2022년 8월 14일 오후 2시 35분, 92세 B씨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한의원을 찾았습니다. 68세 한의사 A씨는 가슴 부위에 침 3개를 놓았는데요. 이 가운데 1개가 지나치게 깊게 들어가 심장막 안쪽에 미세한 심근 파열을 일으켰습니다. B씨는 시술 직후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을 호소했지만, 같은 날 오후 5시 8분 끝내 숨졌습니다. 허리를 치료하러 갔던 90대 노인이 3시간도 지나지 않아 사망한 겁니다.
재판부가 본 과실
검찰은 A씨가 시술 전 진맥을 하지 않았고, 가슴 부위 침 시술의 위험성을 환자에게 설명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결정적인 건 시술 후 대응이었습니다. B씨가 호흡곤란을 호소했는데도 약 15분간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해 의식을 잃게 했다는 겁니다. 여기에 진료기록부를 남기지 않은 의료법 위반 혐의도 더해졌습니다. 의료 행위의 기본 절차를 두루 건너뛴 셈입니다.
별개의 혐의도 있었습니다. A씨는 2024년 9월 30일부터 2025년 2월 2일까지 12차례에 걸쳐 세종시의 한 카페 진입로에 굴착기로 바윗돌을 놓아 손님 차량 출입을 막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카페 운영자와의 갈등이 배경이 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2천만 원, 가벼운 처벌일까
대전지법 형사5단독 구천수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 업무방해 혐의로 A씨에게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한 중대한 결과와 수사 도중 업무방해 범행을 저지른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봤습니다. 반면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 유족과 원만히 합의한 점, 업무방해 피해자에게 일정 금액을 공탁한 점은 유리하게 참작했습니다.
형량을 두고는 해석이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사망이라는 결과의 무게와 피고인의 사후 조치가 동시에 고려된 전형적인 양형 구조인데요. 이번 판결은 침 시술의 위험성과 시술 후 관찰 의무가 어디까지인지를 다시 묻는 사례로 남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