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농지 27%가 위반 의혹
정부가 5월부터 전국 농지 132만 헥타르를 전수조사한 결과, 농지법 위반 의혹이 있는 땅이 30만 헥타르에 달했습니다. 전체의 27% 수준인데요. 이재명 대통령이 2월 투기 문제를 지적한 뒤 나온 첫 실질적 데이터입니다.
경기도 김포의 2천300여 제곱미터 밭은 소유자가 70명이 넘습니다. 주말 체험 농장 사업을 위해 지분을 사들였지만, 지금은 잡초만 무성한 채 방치돼 있습니다. 이런 땅을 어떻게 분류하느냐가 이번 조사의 핵심 쟁점입니다.
투기와 관행, 다른 잣대
정부와 여당은 21일 당정협의에서 보완 대책을 내놨습니다. 투기 목적이 확인되면 농지법에 따라 처분 명령을 내리고,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합니다. 거짓 영농계획을 제출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도 처분 대상입니다.
반대로 관행적 위반은 곧바로 처분하지 않습니다. 자진 정비 기간을 주고, 농지은행에 맡기면 처분을 유예해 줍니다. 농지은행은 빌린 농지를 청년·귀촌 농부에게 우선 공급하고, 가벼운 위반은 부담금을 내면 사후 승인해 줍니다.
상속이나 이농, 고령으로 휴경 중인 농지도 투기 목적이 아니면 처분 대상에서 빠집니다. 다만 소유 상한 1제곱킬로미터를 넘으면 농지은행에 임대를 위탁해야 합니다. 농업진흥지역의 불법 전용은 원상회복이 원칙이지만, 사후 추인으로 양성화하는 길도 열렸습니다. 1988년 이후 38년 만입니다.
현장의 불안과 남은 과제
농민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충남 예산군에서 50년간 쌀과 콩을 경작해 온 임영택 씨는 조사 이후 땅값이 급락하고 거래가 끊겼다고 말합니다. 3.3제곱미터당 15만 원이던 가격이 7만 원에서 8만 원으로 떨어졌고, 공시가는 3만 원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충남 홍성의 우명희 씨는 이웃과 농사를 함께 짓던 관행이 불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당황해합니다. 충북 청주의 유승돈 씨는 임대차로 장비를 사들인 뒤 임대료 인상과 투자 회수 걱정이 커졌습니다.
전국농민회는 임대차 보호와 농지은행·농지연금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처분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고 촉구합니다. 정부는 11월까지 특별 정비 기간을 연장하고, 농지법 개정과 특별법 제정을 함께 추진할 계획입니다. 투기 근절과 농민 피해 최소화라는 두 과제를 함께 풀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