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대결, 여전히 높은 AI 벽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적 대결 이후 10년이 흘렀습니다.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최신 바둑 AI 카타고와 '쎈수학·한경 기신전' 3번기를 펼쳤는데요. 흑돌 두 점을 미리 깔고 시작하는 2점 접바둑 조건에도 불구하고 1국에서 245수 만에 불계패를 당했습니다.
패배의 결정적 이유는 카타고가 구사한 평생 처음 보는 변칙적인 초식이었습니다. 우상귀 세 칸 높은 걸침 같은 비정형 수법에 신진서 9단은 준비한 포석을 펼치지 못했고, 중반까지 13집 가량 유리했던 형세도 중앙 대마 공격 실패로 역전되었습니다. 사실 이 결과는 10년 사이 AI 기량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초반부터 달라진 2국과 변수 줄이기
1국의 충격을 딛고 2국에서는 신진서 9단의 전략이 뚜렷하게 달라졌습니다. 첫 수를 화점에 놓고 카타고의 3.3 침입에 맞서 초대형 정석으로 응수했는데요. 불과 5분 만에 53수를 주고받으며 바둑판 4분의 1에 가까운 대형 정석을 완성했습니다.
홍민표 국가대표 감독은 신진서 9단이 해당 정석의 모든 변화를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2점 접바둑 특성상 흑의 예상 승률이 99%인 상황에서 변수를 줄이며 유리한 형세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물론 바둑판 변수가 줄어든 만큼 신진서 9단에게 더욱 유리한 국면이 펼쳐진 셈입니다.
AI 데이터와 인간의 저력 사이에서
흥미로운 점은 AI와 인간의 대결을 바라보는 세대별 시선 차이입니다. 2국 직후 설문조사에서 카타고는 상대 선수의 승리를 예측했는데요. 10~20대의 59%와 50대의 57%는 이 예측을 신뢰하며 상대의 우세를 점쳤습니다.
반면 30~40대 응답자들은 AI 분석과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이들 가운데 53%는 신진서 9단이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답했는데, 세계 1위 기사의 경험과 저력을 데이터보다 더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AI의 정밀한 연산과 인간 기사의 직관은 서로 다른 차원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신진서 9단은 1국 패배 후 끝까지 모르는 승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3번기 마지막 대국이 21일에 예정된 가운데, 인간과 AI의 한 판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