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의 중재안마저 뒤집힌 상황
오만이 내놓은 호르무즈 해협 공동 관리안이 이란의 거부로 무산 위기에 처했습니다. 오만은 말라카 해협 사례를 모델로 삼아 선사들이 자발적으로 기여금을 내는 방식의 남북 분할 관리를 제안했는데요. 하지만 이란은 이를 단칼에 거절하고 오히려 통제 구역을 오만 쪽 앞바다까지 확대하라고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페르시아만 진입 항로는 물론 진출 항로 일부까지 이란 영해에 포함시키는 역제안을 내놓았고,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해협 폐쇄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란은 미국이 자국을 공격하는 데 사용하는 군수 물자가 이 해협을 지나간다는 점을 이유로 통제권 유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란이 과거와 달리 콧대를 높이는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지정학적 지렛대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미국의 레드라인과 트럼프의 위협
미국은 이란의 요구가 국제수로에 대한 월권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미 당국자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게 통행료나 수수료를 매기는 것은 정당한 근거가 없는 부당한 주장이라고 공식적으로 거부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미국의 레드라인으로 규정하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협상이 결렬될 경우 교량과 발전소 등 이란 기반시설을 대거 폭파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가 잘 되고 있다며 외교적 돌파구 가능성을 강조하는 등 양면적인 메시지를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란이 실제로 협상에 나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게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현재 미국과 어떤 협상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과는 다른 상황임을 드러냈습니다.
전쟁 재개 가능성과 눈치 보는 양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양국 모두 전면전 재개를 원하지는 않는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은 방공 탄약 비축분이 크게 줄어 전쟁에 복귀할 경우 위험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이란 역시 작년 이스라엘과의 전쟁 이후 700에서 1,000기의 고체 추진제 탄도 미사일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되나, 미사일 재고가 바닥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그럼에도 이란은 고통과 압박을 더 잘 견딜 수 있다고 믿으며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들의 요구에 맞는 합의에 동의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양측 모두 탄약과 미사일 재고 감소라는 군사적 제약과 경제 불안정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있어, 당장 전쟁으로 번지기보다는 팽팽한 대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이란이 유럽 선박까지 합법적 표적이라고 주장하는 등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한 해상 긴장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