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수배 속 실종된 거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실종되면서 현지 정재계에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37세의 중국 출신 기업인 천즈 회장은 미국 법무부의 수배를 받고 있으며, 영국 정부도 그의 자산을 동결하는 등 국제적인 공조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그의 실종은 캄보디아 권력층과의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가운데, 중국으로 송환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죠.
천즈 회장은 2010년 캄보디아로 이주한 후 인터넷 카지노 사업으로 시작해 프린스 은행을 설립, 캄보디아 전역에 31개 지점을 둔 대형 금융기관으로 성장시켰습니다. 부동산, 시계 제조 등 다양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훈센 전 총리와 훈 마넷 현 총리의 고문으로 활동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습니다.
뱅크런으로 드러난 불안
프린스그룹의 범죄 혐의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모기업인 프린스은행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프놈펜 주요 지점에서는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몰리면서 극심한 혼란을 겪었고, 일부 지점에서는 유동성 부족으로 예금 지급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뱅크런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현지 금융 시스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프린스그룹이 '돼지 도살' 스캠으로 불리는 온라인 투자 사기로 150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탈취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비트코인은 천즈 회장이 직접 관리하는 지갑으로 전송된 것으로 확인되었죠. 영국 정부도 천즈 회장의 영국 내 부동산 등 관련 자산 1억 7600만 달러를 동결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국까지 닿은 범죄의 그늘
프린스그룹의 범죄 네트워크는 한국까지 확장된 정황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프린스그룹의 부동산 계열사는 서울 중구 순화동과 강남 테헤란로에 사무실을 운영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서울시청 인근 사무실 운영 사실이 보도된 직후, 그룹은 홈페이지와 공식 블로그를 폐쇄하고 직원들이 잠적하는 등 수상한 행보를 보였죠. 경찰은 현재 프린스그룹의 국내 활동 및 자금 세탁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방침을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프린스그룹은 '킹스맨 부동산 그룹'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인 직원 채용 공고를 올리는 등 본격적인 국내 진출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채용 공고를 통해 한국 영업 총괄을 모집하려 했던 정황까지 확인되면서 국내 파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조직 범죄의 민낯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범죄 조직의 실태는 더욱 충격적입니다. 피해자들은 마약에 중독되어 범죄에 가담하게 되고, 탈출 후에도 마약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직은 피해자들을 감금하고 매일 15시간씩 보이스피싱 범죄에 동원했으며, 잠을 깨우기 위해 마약을 투약하는 등 잔혹한 행태를 보이고 있죠.
'마동석'으로 불리는 외국인 총책이 운영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대검팀, 해킹팀, 몸캠피싱팀 등 7개의 전문팀으로 구성되어 기업처럼 운영되었습니다. 최근 이 조직원 5명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는 등 국제 공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당국의 대응과 향후 전망
캄보디아 내무부는 천즈 회장의 불법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 요청에 합법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현지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사태가 국가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천즈 회장의 신병 인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편 프린스그룹과 관련된 기업들은 간판을 내리고 영업을 지속하며 범죄 활동을 은폐하려는 시도도 엿보입니다. 프놈펜의 금융 대기업 '후이원' 은행 지점은 최근 간판이 철거되었고, 프린스그룹 본사 역시 정문 간판에 자회사 이름만 표기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죠.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캄보디아 금융 시스템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중앙은행 등 금융 당국은 긴급 유동성 지원 방안을 포함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사태가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