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사실상 마비 상태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장기화되면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습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이 해협의 AIS 기반 선박 통항량은 평시 수준의 약 10%에 그쳤는데요. 이는 이전 대비 90%가량 급감한 수치로, 하루 평균 138척이 오가던 통행로가 이제는 겨우 31척에 불과한 셈입니다.
당연히 선사들은 목숨 건 항해를 피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집중되는 남부 오만 항로 대신, 북부 PGSA(Persian Gulf Safety Area) 항로로 대거 우회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7월 6일 이후 확인된 발사체 공격 16건 중 14건이 남부 오만 항로에서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등급은 최고 수준인 '심각(Severe)'이 유지되며, 선박들은 남쪽 항로를 완전히 버리는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중첩되는 위협, 해상 안보 최악의 순간
문제는 호르무즈만 위험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홍해와 아덴만,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대까지 위협이 중첩되면서 중동 해상 전체가 안보 리스크에 휩싸인 형국인데요. 후티 반군은 지난 7월 22일 사우디아라비아 관련 선박에 대한 봉쇄를 선언한 이후 바브엘만데브 통항량을 22%나 줄였습니다. JMIC는 홍해 남부의 위협 등급을 '상당(Substantial)'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후티가 수에즈 운하 접근 해역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혀 추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해적 활동과 전자전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올해 아덴만과 소말리아 해역에서 선박 납치 및 무장 공격 등 37건의 해적 사건이 발생했고, 현재 4척의 선박이 억류된 상태입니다. 또한 GNSS 교란 신고가 604건에 달하고, 최근 일주일간 AIS 이상 신호가 3만 4,236건 탐지되는 등 전자항법 교란도 심화하고 있죠.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선박 감시와 무인기 비행, 기뢰 위험까지 더해지면서 중동 해역은 물리적 공격과 전자적 교란이 뒤섞인 최악의 안보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운임 급등과 물류 대란 우려
이런 상황에서 해운업계는 고액의 전쟁위험보험을 부담하며 강화된 보안 조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선박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운임은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요. 유조선이 전체 통항 선박의 45%를 차지하고 있어 에너지 물류 흐름이 직접적으로 위축되고 있습니다. 홍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컨테이너선과 일반화물선들도 발이 묶이면서 공급망 지연이 우려됩니다.
물론 일부 사건에 대해 영국해사무역기구가 위험 등급을 낮추는 조정을 하기도 했지만, 중동 해역 전반의 긴장이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결국 당분간 중동 항로의 운임 강세와 선박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세계 교역의 핵심 동맥이 장기간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물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