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재무, 두 축으로 미래를 재편하다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대규모 조직 개편과 함께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18일 발표된 인사에서는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을 R&D본부장(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총 219명의 승진자가 발생했는데요, 코로나19 이후 가장 적은 규모입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기술 경쟁력 강화와 재무 안정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읽힙니다. 글로벌 관세 장벽과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선 겁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존에 분리되어 운영되던 내연기관차 R&D본부와 미래차 플랫폼(AVP) 본부를 장재훈 부회장 휘하로 통합한 조직 재편입니다. 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간의 칸막이를 없애고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동시에 '재무 사령관'으로 불리는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을 그룹 기획조정담당으로 이동시켜, 대규모 투자 국면에서의 재무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도록 했습니다.
젊은 혈기와 외부 전문가를 조직에 투입하다
이번 인사에서는 40대 초임 상무 비율이 49%에 달하며, 상무 초임 평균 연령이 사상 처음으로 40대에 진입했습니다. 이는 기존의 경력 위주 인사에서 벗어나 잠재력과 혁신 사고를 갖춘 차세대 리더를 적극 기용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승진자 중 약 30%가 R&D 및 핵심 기술 분야 출신인 점도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외부에서의 전문가 영입도 두드러집니다. 신임 R&D본부장인 만프레드 하러 사장은 독일 완성차 업체와 애플에서 섀시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한 전문가입니다. 그의 임명은 소프트웨어 역량을 R&D의 핵심으로 삼아 SDV 경쟁력을 높이려는 현대차그룹의 결정이었습니다. 또한, HMG경영연구원 원장으로 미국의 거시경제 석학인 신용석 교수를 부사장으로 영입하며,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한 분석 및 대응 능력도 키우고 있습니다.
남은 고민, 자율주행 리더십의 공백
한편,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빈자리는 첨단차플랫폼(AVP) 본부를 이끌 송창현 전 사장의 후임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SDV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리더십 공백은 미래차 전략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테슬라 등 경쟁사들이 관련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후임 선정의 지연은 기술 경쟁에서의 뒤처짐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의 이번 대대적인 개편은 분명한 방향성을 보여줍니다. 장재훈 부회장은 완성차 사업과 수소 모빌리티에 집중하고, 서강현 사장은 그룹 전체의 사업 최적화와 투자 효율성을 담당하며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북미 시장 공략에 성과를 낸 윤승규 사장의 승진과 현대제철에는 기술통 이보룡 사장을 앉히는 등, 각자의 전문성에 맞춰 핵심 포지션을 재정비한 셈입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자율주행이라는 '아픈 손가락'을 빠르게 회복하고, 기술과 재무라는 두 날개로 미래를 확실히 날아오르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