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정답률이 던진 경고
독일 마르틴 루터 할레-비텐베르크대 연구진이 CSEDU 2025에서 발표한 논문이 시험 공정성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스마트안경으로 시험지를 바라보는 상황을 가정해 SAT 720문항을 AI에 풀게 했는데요. 독해 396개와 수학 324개로 구성된 과거 공개 문항이 대상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약 75도 원근 왜곡과 3픽셀 흐림, 5% 노이즈를 적용해 다소 떨어진 거리에서 시험지를 보는 환경을 재현했습니다. 그 결과 제미나이 1.5 프로-002는 전체 82.78%, 수학 87.96%, 독해 78.54%를 맞혔습니다. GPT-4o도 전체 75.69%, 수학 74.69%, 독해 76.52%를 기록했습니다. 화질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상용 AI가 시험 문제를 상당한 정확도로 풀어낸 겁니다.
실험과 실제 시험 사이
연구진은 스마트안경이 대면 시험의 공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특히 화면 표시 기능이 없는 스마트안경은 일반 안경과 사실상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는데요. 학생들끼리 협력하지 않아도 AI 모델에 문제를 전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번 실험에는 한계도 있습니다. 실제 작동하는 커닝 안경을 만들어 시험장에서 검증한 것은 아니었고, 시험 문제도 한 페이지에 한 문항만 보이도록 가공됐습니다. 실제 시험에서는 여러 문항 가운데 풀 문제를 AI가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는 점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거죠. 실험 결과가 곧바로 현장의 부정행위 가능성 전체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국내에서도 확인된 사례
국내에서는 이미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됐습니다. 지난달 연세대와 서울시립대 수시 논술시험에서 시험 전 확인 때 일반 안경을 착용했다가 시험이 시작된 뒤 스마트안경으로 바꿔 쓴 수험생들이 나왔고, 국가자격시험에서는 올해 들어 5건이 확인됐습니다.
교육부는 올해 수능에서 시험장별로 스마트안경 여부를 판단할 전담 인력을 1명씩 배치할 계획입니다.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채 시험을 보면 해당 시험은 무효 처리되고 다음 해 수능 응시 자격도 정지됩니다. 단순히 소지한 경우에도 시험이 무효 처리되며, 수사 의뢰 등 형사 조치와 함께 응시 자격 정지 기간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됩니다. AI 기술이 편의를 넘어 시험의 신뢰를 흔드는 지점에서 제도와 현장 대응이 함께 시험대에 오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