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에 모인 NATO 정상들, 집단방위와 분열 사이
2026년 7월 7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공식 개막했습니다. 32개 회원국 정상과 우크라이나, 그리고 한국과 일본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국들이 모인 가운데, 회의의 첫 번째 의제는 당연히 집단방위 원칙의 재확인이었는데요.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은 회원국들이 GDP 대비 약 4%를 국방에 투자하며 목표치인 5%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회의장 안팎에서는 미국과 유럽 동맹국 사이의 균열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전쟁 당시 유럽의 미온적 대응을 거론하며 동맹국들의 충성심을 문제 삼았고, 이를 구체적인 방위비 증액 압박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집단방위 조약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미국의 신뢰가 과거만 같지 않다는 인식이 유럽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겁니다.
수조 원 무기 계약과 방위비 분담 압박
이번 정상회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단연 방위산업 분야입니다. 미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수백억 달러, 우리 돈으로 수조 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 판매 계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이 약속한 GDP 대비 5% 국방비 지출 목표가 곧바로 미국의 무기 수출로 이어지는 구조인데요. 매슈 휘터커 나토 주재 미국대사는 공정한 부담 분담을 강조하며 일부 국가의 이행 지연을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한 점도 주목됩니다. 이 대통령은 나토 방위산업포럼과 파트너국 정상들과의 회담을 통해 K-방산의 수출 기반을 넓히는 데 집중할 예정입니다. 사실 방위비 증액이 곧 미국산 무기 구매로 귀결되는 패턴이 뚜렷해지면서, 다른 공급자로서 한국 방산업계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는 셈입니다.
유럽 측은 이런 상황이 불편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폴란드나 발트해 국가들은 증액에 앞장서고 있고, 독일 역시 2029년까지 5% 달성을 계획 중입니다. 다만 미국 방산업계의 생산 병목 현상으로 인해 돈을 내고도 무기를 제때 받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국가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회의장 밖의 강력 통제와 표현의 자유 논란
정상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튀르키예 전역에서는 사뭇 다른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정부는 회의 기간 중 모든 공개 집회를 금지하는 포고령을 내렸고, 약 200명의 시민을 구금했습니다. 특히 모스크바 소재 친북 단체인 조선국제연대그룹(ISG) 간부들을 포함한 반나토 시위 참가자 약 20명이 테러 선전 혐의로 체포된 사건은 국제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정치 풍자 코미디언 데니즈 괴크타슈가 에르도안 대통령을 비판한 공연 영상으로 구속된 일도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서 1,100만 회 이상 조회되며 인기를 끌었으나, 대통령 모욕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됐는데요. 안보를 명분으로 한 강력 통제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국제 인권단체와 언론계에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정부는 국가 안보와 종교적 가치 보호를 위한 정당한 법 집행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조치들이 NATO가 추구하는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가치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에 대한 질문은 회의가 끝난 뒤에도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