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7,800선을 되찾은 코스피
전날 이른바 '검은 월요일'을 맞이했던 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거친 반등을 보였습니다. 6월 9일 오전,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 이상 급등하며 7,800선을 회복했는데요. 지수가 너무 빠르게 오르면서 개장 12분 만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진풍경도 연출되었습니다. 이는 프로그램 매수를 5분간 멈춰 변동성을 완화하는 장치로, 전날 서킷브레이커와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던 상황을 생각하면 극적인 반전입니다.
이번 상승의 견인차는 단연 반도체 대장주들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5% 가까이 오르며 31만 원 선을, SK하이닉스는 7%대 급등으로 205만 원을 회복했습니다. 이른바 '30만 전자'와 '200만 닉스'가 동시에 돌아온 셈인데요. 코스닥 시장에서도 반도체 소부장 종목들에 강한 매수세가 몰리며 지수가 3% 이상 뛰었고, 이곳에서도 매수 사이드카가 추가로 발동되었습니다.
미국 반도체주와 중동 소식이 안긴 숨통
이번 반등은 외부 환경이 다소 안정을 찾은 덕분입니다. 사실 전날 폭락의 배경에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원·달러 환율 급등이 있었는데요. 이란과 이스라엘이 추가 공격을 중단하기로 합의하면서 유가는 배럴당 91~94달러 선으로 하락했고, 투자 심리가 한결 누그러졌습니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가 5.61% 상승하며 마이크론과 인텔 등이 급등한 점도 국내 시장에 직접적인 자극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과 국민연금의 환 헤지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1,529원대로 내려앉으며 시장의 불안 심리를 다잡았습니다. 다만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시장에 잠재적 부담으로 남아있습니다.
개미는 샀고 외국인은 팔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날 투자 주체의 행보가 정반대라는 것입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4,800억 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는데요.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400억 원, 480억 원을 순매도하며 개인과 엇갈린 판단을 내놓았습니다.
전날 10% 넘게 폭락했던 증권주들도 이날 장 초반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 삼성증권 등이 일제히 올랐는데, 이는 실적 대비 과도하게 밀렸던 종목들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결과로 보입니다. KB증권은 최근 SK하이닉스의 주가 조정이 단기 바닥을 확인한 매수 기회라며 목표주가 380만 원을 유지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하루 만에 폭락세를 완전히 떨쳐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본적 믿음과 중동 리스크 완화라는 두 축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시장은 일단 숨을 돌렸습니다. 향후 지수가 이 반등세를 유지할지, 아니면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지는 외국인 자금 흐름과 환율 안정 지속 여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