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배 베팅이 가능해진 증시 파생상품
코스피 등락에 최대 150배까지 베팅할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이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 줄줄이 등장했습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코스피 3배 레버리지 ETF인 'KORU'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선물 계약인데요. 여기에 거래소가 최대 50배의 레버리지를 추가로 제공하면서, 이론상 코스피가 1% 상승하면 150%의 수익을, 반대로 0.67%만 하락해도 원금이 통째로 날아가는 극단적인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실제로 KORU 선물은 상장 일주일 만에 거래액이 2조 원을 넘어섰고, SK하이닉스 20배 선물에는 10조 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몰렸습니다. 이처럼 막대한 유입 자금 뒤에는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는 투기 심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코인 거래소가 주식 파생상품에 뛰어든 이유
사실 이런 상품이 쏟아지는 데는 거래소들의 구조적 위기가 깔려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의 알트코인 현물 거래량은 지난해 대비 70~85% 급감했는데요. 수수료에 의존하던 기존 사업 모델이 한계에 부딪히자, 바이낸스와 바이비트 등 주요 플랫폼들이 주식과 파생상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겁니다. 바이낸스는 애플과 구글 등 미국 주식 거래를 시작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관련 무기한 선물도 내놓았습니다. 코인 거래소들이 이제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자, KORU를 활용한 초고레버리지 상품이 투기 수요를 끌어모으는 수단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규제 공백 속에서 커지는 우려
문제는 이런 고위험 상품에 국내 투자자들이 너무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투자자들은 업비트나 빗썸에서 테더를 구매해 해외 거래소로 옮기면 별다른 제약 없이 거래가 가능한데요. 금융위원회는 해당 플랫폼들을 미신고 거래소로 규정하고 사실상 외국에 문을 연 도박장과 다름없다고 비판했지만, 서버가 해외에 있어 국내 당국의 규제 권한이 미치지 않는 공백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주요국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바이낸스 접속을 제한하거나 규제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투자자 스스로 위험을 판단하고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상품으로 인해 짧은 기간 동안 2억 원이 넘는 손실을 본 사례도 이미 확인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위에 다시 레버리지를 얹는 방식이 투자가 아닌 도박에 가깝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 이런 초고위험 상품이 얼마나 많은 개인 투자자들을 위험에 빠뜨릴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