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켜진 23개의 빛, 세대를 잇는 감사의 마음
2026년 6월 23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 새로 조성된 감사의 정원에서 6·25전쟁 제76주년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보훈단체 관계자, 청년 등 500여 명이 함께한 이번 행사는 지난 5월 개장한 정원의 첫 공식 행사로,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자리였습니다.
행사는 군악대 성악 중창과 국민의례로 시작해 참전 용사를 기리는 창작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23개 참전국의 국기를 게양하고 조형물 감사의 빛 23에 불을 밝히는 세리머니는 많은 참석자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녁 8시가 되면 23갈래의 빛이 하늘에서 하나로 모이는 연출이 펼쳐졌는데요. 이 광경은 단순한 조명을 넘어 전쟁 속에서 함께 싸운 연대의 의미를 보여주었습니다.
감사의 정원은 지상의 조형물과 지하 체험 공간 프리덤 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리덤 홀은 5월 13일 개장 이후 40일 동안 누적 6만 2천여 명이 찾을 정도로 시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어린이와 유공자 어르신이 서로 경례를 나누는 모습, 어린이 기자단과 오 시장이 악수를 나누는 장면 등 세대를 뛰어넘는 감동적인 순간도 포착되었습니다.
23개 돌기둥이 전하는 국제 연대의 메시지
감사의 정원의 핵심은 높이 6.25m의 돌기둥 23개입니다. 이 돌기둥은 대한민국과 유엔군 22개국을 상징하며, 한반도 도착 순서대로 남북 방향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인도, 네덜란드, 독일, 그리스 등 7개국에서 기증한 석재로 제작되었고, 독일은 베를린 장벽의 일부까지 보내 의미를 더했습니다. 스웨덴을 포함한 5개국의 석재가 추가로 도착할 예정이라 국제적인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입니다.
23개국 언어로 쓰인 감사와 기억의 메시지는 조형물 주변에 설치되어 방문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서울시는 기념식을 시작으로 6월 27일까지 호국보훈의 달 기념주간을 운영하며 참전국 타투 스티커 부스, 퀴즈, 6.25km 러닝크루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25일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을 맞아 광화문에서 함께 응원하는 행사를 통해 참전국과의 유대를 다지는 시간도 가질 예정입니다.
정치적 공방 속에서도 세워진 기억의 공간
감사의 정원이 추진되는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는 광화문광장의 성격과 맞지 않고 용산 전쟁기념관과 취지가 중복된다는 지적이 나왔고, 정부와 여당 측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보훈마저 진영의 잣대로 난도질하려는 정치적 공세와 악의적인 폄훼가 있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영웅을 기억하는 방식이 국가의 품격을 결정한다고 강조하며, 소모적인 정쟁 속에서도 자유와 평화의 빛을 쏘아 올리는 기둥들이 그 자리를 지켜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207억 원을 들여 조성된 이 공간이 단순한 조형물을 넘어 보훈의 가치를 미래 세대에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장소로 자리 잡을지는 앞으로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에 달려 있습니다. 이번 기념식을 통해 광화문광장은 단순한 통과 공간이 아닌 기억과 감사가 공존하는 도심의 새로운 쉼터로 한 걸음 더 다가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