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거리를 뒤덮은 '마약 좀비' 영상
최근 SNS를 중심으로 인천, 김포, 수원 등 수도권 곳곳에서 비틀거리는 행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마약 좀비'라는 이름과 함께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자 경찰은 확인되지 않은 영상의 무분별한 공유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수원에서 먼저 이슈가 시작됐습니다. 등이 굽은 채 양팔을 늘어뜨리고 서 있던 30대 남성 A씨의 영상이 게시되면서 마약 투약 의혹이 불거졌죠. 마약 간이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와 긴급 체포됐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예비 감정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석방됐습니다. 이후 인천의 승강기 앞, 김포의 길거리에서도 비슷한 영상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결과 인천과 김포에서 촬영된 영상들은 마약 사건으로 특정된 사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외형만으로 투약 여부 판단은 위험
경찰청 마약수사계는 특정 자세나 비틀거림만으로 마약 투약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신 질환이나 다른 의료적 사유로 인한 행동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의심스러운 상황을 마주했을 때는 영상을 공유하기보다 112에 신고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영상을 마약 범죄와 연결해 공유하면 당사자 명예 훼손은 물론 불필요한 사회적 공포를 부추길 수 있습니다. 수원 사례처럼 간이 검사와 정밀 감정 결과가 엇갈린 경우도 있어 외형만으로 성급히 판단하는 건 위험합니다.
영상 뒤 진짜 걱정, 의료용 마약 오남용
SNS에서 검증되지 않은 영상들이 도는 사이 실제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지표는 이미 위험 수준입니다. '2025년 의료용 마약류 취급현황 통계'에 따르면 작년 처방 환자는 2,020만 명으로 국민 열 명 중 네 명에 달했고, 총 처방량은 19억 5,724만 개였습니다. ADHD 치료제 메틸페니데이트의 처방 환자와 처방량도 전년 대비 각각 16.2%, 19.9% 급증했습니다.
긍정적 변화도 있습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같은 GLP-1 비만 치료제가 인기를 끌면서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량은 줄었고, 투약 이력 확인이 의무화된 펜타닐 패치 처방 환자는 2년간 35.7% 감소했습니다. 식약처는 프로포폴을 투약 이력 확인 대상에 추가하고 AI 기반 감시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입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선제 대응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식약처는 '마약퇴치 주간'을 선포하고 청소년 캠페인을 전개 중이며, 서울 서초구는 8월 31일까지 유흥시설 대상 민·관·경 합동 특별 점검을 실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