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25년과 검찰의 그림자
서울중앙지법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징역 25년을 선고했습니다. 특검이 구형한 20년을 훌씬 넘는 중형인데요.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그동안 증명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노상원 수첩'을 근거로, 12·3 비상계엄이 2023년 10월부터 치밀하게 준비된 내란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계엄 결심 시점을 2024년 12월로 봤던 기존 판단을 뒤집은 결과로, 특검 수사에 상당한 탄력을 줄 전망입니다.
당연히 이번 판결의 핵심은 수첩에 담긴 내용의 해석입니다. 재판부는 '헌법 개정'과 '국가안전관리법 제정'이라는 문구를 근거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과거 국가보위입법회의와 유사한 비상입법기구를 만들어 국회를 대신해 개헌을 시도하려 했다고 봤습니다. 수첩 속 이름에 덧칠을 한 점까지 지적하며 보안 유지에 상당한 신경을 썼음을 짚었습니다.
계엄 당일 법무부와 검찰의 연락망
비상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오간 긴밀한 통화 내역도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박 전 장관이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에게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을 협조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었는데요. 이 지시는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압하기 위한 출국금지 등의 핵심 전제조건이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반대로 검찰 내란 가담 의혹에 대한 수사는 아직 미진한 상태입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원고검장과 수원지검장 간 통화, 대검 과학수사부장의 포렌식 수사관 출동 의심 정황 등을 언급하며, 검찰의 내란 가담 의심 정황이 더 존재함에도 특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2차 종합특검은 심우정 전 총장을 6월 24일 소환해 검사 파견 의혹과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포기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입니다.
형량 격차와 남은 쟁점들
이번 판결은 이진관 부장판사가 맡아 구형량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한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박 전 장관은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는데, 같은 혐의를 받은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이 2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은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운 격차가 납니다. 법조계에서는 유사한 가담 정도를 보인 피고인들 사이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물론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이 헌법 수호 의무가 있음에도 내란에 가담했고, 재판 과정에서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점을 양형 이유로 들었습니다. 한편 김건희 여사 수사 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했으나, 적법한 수사를 통해 재기소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사실 이번 판결 하나로 12·3 사태의 전모가 드러난 건 아닙니다. 다만 특검의 수사 방향과 법원의 판단 기준이 구체화되면서, 관련 재판들이 앞으로 어떤 흐름을 보일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