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실업 우려와 물가 충격이 불러온 냉각
뉴욕증시가 하루 만에 1%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두 가지였는데요. 하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실업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처럼 보인 점입니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운영하는 결제 회사 ‘블록’이 AI 도구 도입을 이유로 직원 4천 명 가까이를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죠. 이 소식은 기술 발전이 결국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냐는 시장의 오랜 공포를 자극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예상보다 높게 나온 물가 지표입니다. 1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보다 0.5%나 오르며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고, 특히 서비스 가격이 크게 뛰었습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히지 않았으며, 중앙은행의 높은 금리 정책이 더 오래갈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신용 시장 불안이 금융주까지 덮치다
두 번째 충격은 금융 시스템의 취약점에서 왔습니다. 영국의 한 부동산 담보대출 업체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모신용 시장의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이 업체에 대한 위험 노출이 있을 수 있다는 보도에 주요 투자은행인 제프리스와 자산운용사 아폴로의 주가가 8~9% 급락했고, 이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같은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더욱이 최근 환매중단 사태를 겪은 사모펀드 블루아울 캐피털의 주가도 크게 떨어지며 신용 경색에 대한 두려움이 단순한 우려를 넘어 실제 시장을 흔들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금융주가 함께 떨어지면서 시장 하락의 폭과 속도를 가속화한 셈이죠.
지정학적 불안이 마지막 추락을 이끌다
여기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까지 더해지며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는 극대화됐습니다. 이란을 둘러싼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이로 인한 유가 상승 가능성이 다시금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 우려로 작용했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기업의 원가 부담을 늘리고 소비자를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리스크 앞에서 투자자들은 가장 변동성이 크고 미래 불확실성이 큰 테마에서 자금을 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AI 반도체의 대표 주자이자 최근 사상 최고 실적을 발표한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락한 것이 그 단면입니다. 시장은 AI의 광란적인 수혜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을 보내고 있는 거죠. 반면, 예상보다 낙관적인 실적 전망을 낸 델 컴퓨터가 20% 이상 급등한 것은, AI 호황이 모든 기업에 고르게 미치지는 않으며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에 대한 선별적 투자로 흐름이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