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찾아온 슈퍼볼식 하프타임 쇼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이 단순한 축구 경기를 넘어 대중문화의 축제로 변모했습니다. 미국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에서 피파는 역사상 최초로 대형 하프타임 쇼를 도입했는데요. 이는 미국 슈퍼볼의 하프타임 쇼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아티스트 선정과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맡아 전체를 총괄했습니다.
무대는 마돈나의 히트곡 '뮤직'으로 화려하게 시작됐고, 축구 전설 호나우두와 호나우지뉴가 등장해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이어 방탄소년단(BTS)이 완전체로 나서 '다이너마이트'를 열창했으며, 저스틴 비버와 샤키라, 버나 보이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뉴욕 스태튼아일랜드 초등학교 합창단이 무대를 장식하며 감동을 더했죠.
K팝의 위상과 연대의 메시지
이번 쇼에서 가장 뜨거운 환호를 받은 건 단연 방탄소년단이었습니다. 이들은 전날 프랑스 파리에서 월드투어 공연을 마친 뒤 휴식 없이 미국으로 이동해 경기장 중앙을 장악했는데요. 24명의 안무팀과 함께한 역동적인 군무와 월드컵에 맞게 개사한 '다이너마이트' 무대는 외신들로부터 폭발적인 에너지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배우 정호연은 스페인 테니스 선수 알카라스와 함께 우승 트로피를 공개하며 한국 연예인들의 존재감을 드러냈고, 개막식의 이재와 리사에 이어 한국 음악인들이 대회의 시작과 끝을 모두 장식한 셈이죠.
무대 뒤에는 뜻깊은 취지도 있었습니다. 이번 공연은 전 세계 소외 지역 어린이 교육과 축구 기회 확대를 위한 'FIFA 글로벌 시티즌 교육기금' 1억 달러 모금을 위해 기획됐는데요. 모든 출연진은 기금 조성을 위해 출연료를 전액 포기했으며, 결승전 직전까지 6,000만 달러가 모금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길어진 휴식과 야유가 남긴 과제
화려한 무대와는 별개로 논란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프타임 쇼 무대 설치와 철거로 인해 선수들의 휴식 시간이 기존 15분에서 26분 넘게 늘어났는데요. 이는 국제축구평의회(IFAB) 규정을 명백히 넘어선 것으로, 스콧 파커 감독과 웨인 루니 등 축구계 인사들은 선수들의 몸이 식어 부상 위험이 커진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스포츠의 신성함보다 상업적 목적이 우선시됐다는 지적도 나왔죠.
경기 시작 전에는 또 다른 잡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공동 개최국인 멕시코와 캐나다는 제쳐두고 미국 국가만 연주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광판에 등장하자 스페인과 아르헨티나 팬들이 라이벌 관계를 잠시 접어두고 일제히 야유를 쏟아냈습니다. 대통령 경호를 위한 과도한 보안 조치로 관중 입장이 지연되고 킥오프가 늦춰진 점도 불만을 키웠습니다.
월드컵 결승전의 첫 하프타임 쇼는 축구와 대중문화의 새로운 결합을 보여준 동시에, 스포츠 본연의 가치와 상업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던져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