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부 회동"에서 공식 동맹까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2026년 6월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마주 앉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양사는 인공지능 협력 로드맵을 공식 발표하며 단순한 핵심 부품 공급 관계를 넘어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동맹을 선언했습니다.
이번 발표는 지난 7일 강남구 치킨집에서 황 최고경영자와 최 회장이 나눈 이른바 2차 깐부 회동의 연장선에서 나온 결실입니다. 실로 두 사람의 만남은 빈번했습니다. 지난 7개월 동안 일곱 차례나 공식 석상에서 만났고, 각종 행사마다 친밀한 관계를 과시해 왔습니다.
7일 저녁 회동에서는 두산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시구를 마친 황 최고경영자가 직접 매장에 들어서자 시민 수백 명이 몰렸습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차 회동에 불참했던 일에 대해 농담을 던지며 서로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두터운지를 보여주었습니다.
HBM이 뒤바꾼 힘의 균형
이 동맹의 핵심에는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가속기 생산을 위해 SK하이닉스의 HBM 공급에 강하게 의존하고 있는데요. 황 최고경영자는 대만 컴퓨텍스에서 웨이퍼에 더 많은 HBM을 달라는 문구를 남긴 데 이어, 이번 방한에서도 추가 공급을 거듭 요청했습니다.
재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공급망의 사실상 슈퍼 을로 부상하며 양사가 공동 운명체가 되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협력 분야는 메모리를 넘어 확장되고 있습니다. 양사는 AI 슈퍼컴퓨터와 베라 CPU, 로보틱스, AI 전용 통신망 재창조까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SK텔레콤은 엔비디아 블랙웰 GPU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구축과 AI-RAN 협력을 진행 중이며, 피지컬 AI와 디지털 트윈 분야에서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젠슨 황은 SK텔레콤을 피지컬 AI의 주요 파트너로 직접 지칭하기도 했습니다.
게임장에서 로봇까지 AI 생태계 확장
이번 방문은 SK와의 동맹 발표만큼이나 다른 한국 기업들과의 전방위적 접촉에도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황 최고경영자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자율주행 및 로보틱스 협력을 논의하고, LG 구광모 회장과는 제조 AI와 로봇 사업을 타진했습니다.
삼성전자 경영진과도 HBM4 공급망을 점검했으며, 네이버 이해진 의장과는 소버린 AI를 주제로 만났습니다. 게임 산업과의 협력도 눈에 띕니다. 젠슨 황은 T1 베이스캠프를 방문해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만나고, PC방에서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 등과 신규 슈퍼칩 RTX Spark를 선보였습니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과의 면담과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내 AI 스타트업 리셉션까지 더해지며, 한국이 엔비디아가 그리는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이 분명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