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임명이 범인도피? 1심은 아니라고 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이른바 '호주 도피 의혹'과 관련한 범인도피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였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한 것이 수사를 피하게 하려는 도피였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는데요.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을 도피시킬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인사를 추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윤 전 대통령뿐 아니라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법무부 차관 등 관련 공직자 전원에게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사실 이 사건의 발단은 2023년 수해 현장에서 해병대원이 순직한 뒤 시작된 수사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가죠. 당시 국방부의 외압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종섭 전 장관이 핵심 인물로 지목되었고, 공수처는 그를 피의자로 입건한 뒤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렸습니다. 그러나 2024년 3월,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하면서 법무부는 출국금지를 해제했고, 이 전 장관은 이틀 만에 호주로 출국했습니다. 이후 순직 해병 특검팀은 이를 범인도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으며, 지난해 11월 윤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재판부가 본 '인사권'과 '도피'의 경계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근거는 여러 측면에서 신중했습니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사실을 임명 지시 당시 알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는데요. 임명 절차가 진행된 2023년 9월부터 11월 사이에는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 고발된 정도만 인지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이른바 'VIP 격노'와 관련한 일부 정황은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곧바로 범인도피 목적의 인사로 이어졌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대사 임명 자체를 국가원수로서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대사라는 직위의 성격을 중요하게 봤는데요. 대사는 신분과 소재가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외부에 공표되는 자리입니다. 신원을 숨기고 잠적하는 일반적인 범인도피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겁니다. 아울러 이 전 장관이 귀국한 뒤 특검이 출범하기 전까지 공수처가 소환 조사나 압수수색 같은 실질적인 수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특검은 충격, 시민단체는 항소 촉구...향후 쟁점은?
무죄 판결이 나오자 각계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고, 특검의 항소 포기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내놓으며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군인권센터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판결이 국민 상식을 벗어났다며 즉각적인 항소를 촉구했는데요. 군인권센터는 수사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무죄 근거로 쓰인 점을 비판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구조가 유사한 '수사외압'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특검에게도 부담을 안겼습니다. 범행 동기와 목적을 더욱 정밀하게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 겁니다. 향후 특검이 항소할 경우 2심에서 쟁점은 여전히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와 범인도피 행위 사이의 경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