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원 성과급 시대, 60%는 자사주로
SK하이닉스 노사가 올해 임금 인상률 6.3%에 합의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끄는 중대한 변화도 함께 이뤄냈습니다. 바로 성과급인 초과이익분배금(PS)의 60%를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한 것인데요. 증권가 전망대로 연간 영업이익 250조 원이 달성되면 PS 재원은 25조 원 규모로 불어나고, 임직원 1인당 평균 세전 7억 원의 성과급이 지급될 전망입니다. 이 가운데 현금은 2억 8천만 원, 자사주는 4억 2천만 원에 달하는 셈이죠.
당연히 이번 합의는 기존 관행에서 큰 전환을 의미합니다. 지난해까지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삼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해왔는데, 이제는 주식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주식으로 받는 60% 가운데 40%는 당해에 즉시 지급되고, 나머지 20%는 1년과 2년 후에 각각 10%씩 나눠 받게 됩니다. 이연 지급분은 받는 시점에 주식 수나 금액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서 주가 변동에 대한 부담을 줄여줬죠.
물론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도 해소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노사는 실적 발표일, 현금 지급일, 주식 지급일 등 세 시점의 종가 중 가장 낮은 값을 기준으로 주식 수를 정하기로 했는데요. 교대 근무자처럼 주식 지급 다음 날 바로 매도하기 어려운 경우를 위해 차액보전 장치까지 마련했습니다. 이런 세심한 보완책은 단순히 주식 지급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성원의 실질적인 수익을 지키려는 의도를 보여줍니다.
주주 가치와 이어지는 보상 구조
이번 성과급 개편은 임직원 몫만큼 주주들의 시선도 고려한 결과입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단행하며 주주 희석 우려를 해소했고,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이상을 주주환원에 쓰겠다고 밝혔는데요. 이제는 임직원의 보상까지 주가와 연동시키면서 회사의 장기 성장에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올라타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사실 대규모 성과급이 전액 현금으로 지급될 경우, 사회적으로는 과도한 이익 배분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상당 부분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회사의 지배구조 안정과 주주 가치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죠. 여기에 구성원이 희망하면 주식 비중을 최대 100%까지 늘릴 수 있도록 선택권을 열어둔 점도 눈에 띕니다. 다만 시행 첫해에는 자금 운용 계획에 따라 현금 수령도 가능하게 해서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적응 기간을 마련했습니다.
적자 때는 임금 미루고, 이익은 사회와 나누고
이번 임단협의 또 다른 특징은 경영 위기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명문화한 것입니다. 노사는 적자가 발생하면 임금의 3% 이내에서 지급을 미룰 수 있기로 했는데요. 다만 이는 고용안정 대책 등 구체적인 위기 극복 방안을 먼저 합의한 뒤에나 시행되며, 경영이 정상화되면 이연된 임금은 즉시 회복 지급됩니다. 이런 조항은 과거 반도체 업황 악화 시 임금 반납 등으로 위기를 극복했던 SK하이닉스의 전통을 제도화한 셈입니다.
또한 구성원이 성과급 일부를 기부하면 회사가 동일 금액을 출연하는 1대1 매칭 그랜트 방식의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도입됐습니다. 사내 식단가 상향이나 경조사 지원 확대 등 복지 개선안도 함께 포함됐죠. 외부 중재 없이 노사가 자발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이번 임단협은 단순한 임금 인상을 넘어 지속 가능한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