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정해놓고 여는 토론회, 국민은 믿나
정부가 주택 공급, 금융, 세제를 주제로 부처별 공개 토론회를 열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14일에, 금융위원회는 15일에, 재정경제부는 16일에 각각 일정을 마련했는데요. 이 의견들을 모아 23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국민 대토론회를 주재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미리 보유세와 거래세를 주요 쟁점으로 꺼내놓은 탓에, 결론은 정해두고 형식만 거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적지 않습니다.
시장 상황은 정말 심각합니다. 서울 아파트값은 정부 출범 이후 74주 연속으로 올랐고,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은 1만 8천여 세대에 불과해 전년보다 40% 이상 줄었습니다. 내년 예정 물량은 199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인데요. 매매가뿐 아니라 전세와 월세가 함께 오르는 이른바 트리플 상승이 계속되면서 서민들의 주거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세금만 바꿔도 집값이 잡힐까
이번 토론회의 핵심은 단연 세제 개편입니다. 정부는 비거주용이나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는 완화해 매물이 잠기는 현상을 푸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서구 선진국 수준의 보유세 부담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보유세 수입을 주거복지나 무주택자 지원에 쓰겠다는 용도까지 공개했는데요. 이는 세금 증가에 대한 반발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물론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토론회를 면피용 쇼이자 답이 정해진 행사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장동혁 대표는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토론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칼럼에서 세제개편 직전에 토론회를 여는 건 조세저항을 피하려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대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논의의 장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세금 이야기만 집중될까 봐 우려했습니다. 그는 지금 국민이 절실히 원하는 건 세금 얘기가 아니라 공급 확대와 전월세 안정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사실 이 지적은 시장의 착공과 준공 병목을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공급의 속도가 민심의 온도를 결정한다
전문가들은 총량보다 속도와 신뢰가 급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미래의 계획을 늘리는 것보다, 지금 착공은 했지만 준공이 미뤄지는 주택의 병목을 푸는 게 우선이라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도심 내 우체국이나 세무서 같은 공공시설을 고층으로 리모델링해 청년 임대주택으로 쓰자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나왔습니다. 2030 청년층을 위해 오피스텔 취득세를 낮추고 분양전환형 주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생긴 초과세수를 미래대응기금으로 적립해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쓰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다만 대출 규제에만 치우치고 공급과 세제가 따로 노는 기존 정책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는 여전합니다. 8월 초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이번 토론회가 맹탕 행사로 끝날지 아니면 주거 안정의 실질적인 전환점이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