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검찰개혁추진단의 박찬운 자문위원장이 보완수사권 논의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변호사인 박 위원장은 지난 9일 윤창렬 추진단장에게 사임서를 제출했고, 총리실은 이를 수용했습니다. 그의 임기는 올해 9월 30일까지였는데요, 중도 사퇴 결정은 검찰개혁이라는 중대 과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내부 균열을 드러냈습니다. 사퇴 배경에는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여당 내 강경론에 대한 강한 반대와 함께, 논의 자체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퇴의 두 가지 이유
박찬운 전 위원장은 사퇴 이유를 두 가지로 명확히 했습니다. 첫째는 자신의 소신 문제입니다. 그는 위촉되기 전부터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 폐지에 반대해왔고, 경찰이 수사를 마친 모든 사건을 검찰에 보내는 '전건송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현재 정부와 추진단이 형사소송법 개정 작업을 준비 중인데, 자신의 이런 확고한 입장이 오히려 추진단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둘째는 논의 방식에 대한 심각한 우려입니다. 박 전 위원장은 "형사사법 절차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숙의와 균형 잡힌 토론보다는 감정적인 접근이 앞서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즉, 신중한 법률적 검토보다 정치적 구호가 논의를 주도하는 상황을 개혁에 해가 된다고 본 것이죠. 그는 공식 직책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소신을 피력하는 것이 오히려 건설적 기여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복잡한 쟁점, 보완수사권
그렇다면 '보완수사권'이란 무엇일까요? 경찰이 1차 수사를 마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후, 검사가 부족한 부분을 추가로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성폭력 사건에서 경찰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지만,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해 검찰에 사건이 넘어온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박찬운 전 위원장은 이럴 때 검사가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을 직접 확인하고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보완수사권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미 불송치 결론을 낸 경찰에게 다시 수사를 요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죠. 그의 논리는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는 불완전한 기소나 소극적 불기소로 이어져, 오히려 형사사법 절차를 혼란에 빠뜨릴 위험이 크다"는 것입니다. 반면, 여당 내 일부에서는 과거 검찰권 남용의 근원으로 지목되며 보완수사권의 완전 폐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퇴는 이런 첨예한 대립 속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남겨진 갈등과 향후 과제
박찬운 전 위원장의 사퇴는 이번이 처음 발생한 내부 이탈이 아닙니다. 지난 1월에도 서보학 교수 등 6명의 자문위원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설치 정부안에 반발하며 집단 사퇴한 전력이 있습니다. 이는 검찰개혁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법률적·제도적 설계보다 정치적 합의와 갈등에 좌우되는 측면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개혁은 분노에서 출발할 수 있지만, 완성은 냉정한 판단과 책임 있는 설계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 "개혁으로 인한 상처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피력한 상황입니다. 박찬운 전 위원장의 사퇴는 검찰개혁이 '검찰 권력 견제'라는 단일 목표에만 매몰되지 않고, 수사의 효율성과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다시 촉구하고 있습니다. 향후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어떤 형태로 마무리될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논의와 합의가 이루어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