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한 명의 실수가 불러온 60조원대 참사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한 직원의 전산 입력 오류로 약 62만 개의 비트코인이 오지급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시세로 환산하면 무려 60조원에서 64조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사고는 지난 6일, 랜덤박스 이벤트 당첨자 249명에게 총 62만 원을 지급해야 했으나, 직원이 '원' 대신 '개'를 입력하는 실수를 저지르면서 벌어진 겁니다. 빗썸이 실제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4만 3천 개에 불과했는데, 보유량의 14배가 넘는 '유령 코인'이 장부에 생성되고 출금까지 이뤄진 셈이죠. 빗썸은 즉각 출금을 차단해 대부분을 회수했지만, 125개는 이미 매도되어 회수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빗썸 이재원 대표는 국회에서 과거에도 유사한 소규모 오지급 사고가 두 차례 더 있었다고 실토했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한 데다, 이번 이벤트는 상부 결재 없이 직원이 단독으로 실행한 것으로 드러나 내부 통제 시스템의 심각한 허점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더욱이 빗썸은 지난 5년간 금융당국의 점검을 6차례나 받았지만, 이 같은 시스템적 취약점은 전혀 발견되지 못했습니다.
금융당국의 대응과 '실시간 연동' 규제 방향
사고 직후 금융당국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빗썸을 비롯해 업비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원화 거래소에 대한 긴급 현장점검에 돌입했습니다. 점검의 초점은 각 거래소의 내부통제 시스템과 보유 자산 검증 체계였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국회 질의에서 **“보유 잔고와 장부 수량의 실시간 연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현재 업비트가 운영 중인 5분 단위 대조 시스템조차도 “5분도 짧지 않고 굉장히 긴 시간”이라고 지적하며, 은행이나 증권사 수준의 실시간 차단 시스템 도입을 촉구했습니다.
당국의 규제 강화 방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금융회사에 준하는 엄격한 내부통제 기준을 의무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준비금 증명(PoR)’ 시스템처럼 외부에서 거래소의 자산 보유 현황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가상자산 거래 규모가 금융 인프라적 성격을 띠는 만큼, 이제는 자율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2단계 입법을 통해 강제력을 갖춘 규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정치권의 첨예한 대립과 입법의 장애물
그러나 이러한 규제 강화 논의가 순조롭게 법으로 만들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국회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을 준비 중이지만, 핵심 쟁점인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문제에서 여야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주주의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되면 내부통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재발 방지와 대주주 지분 간의 명확한 인과관계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분 규제가 도입되면 글로벌 자본에 국내 거래소가 흡수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죠. 이런 정치적 이견으로 인해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핵심 입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 금감원 출신 인력 7명이 빗썸으로 이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국의 감독 자체에 대한 신뢰성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