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주를 뒤흔든 진보 바람
미국 중서부 경합주 미시간에서 민주당의 지형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버니 샌더스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가 지원한 압둘 엘사예드가 연방 상원의원 경선에서 당 주류의 헤일리 스티븐스 현역 하원의원을 48.5% 대 47.5%로 따돌리고 후보가 되었는데요. 1만 5000표도 채 안 되는 근소한 차였지만, 정치적으로는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엘사예드는 전 국민 건강보험과 억만장자 증세, ICE 폐지, 이스라엘 군사 지원 반대 등 강한 진보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미시간 하원 경선에서도 민주사회주의자 소속의 도노번 매키니와 진보 활동가 윌리엄 로런스가 주류 후보를 제치고 본선에 진출했죠. 이런 흐름은 경합주에서 중도 후보만이 살아남는다는 기존 통념을 깨뜨린 겁니다.
당연히 민주당 주류는 본선 경쟁력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중도층 이탈과 유대인 표심 약화를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은데요. 하지만 진보 진영은 이번 경선 투표율이 주 사상 최고였다는 점을 들며, 중도 전략이 오히려 유권자의 냉소를 불렀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공산주의 딱지와 색깔론 공세
엘사예드의 승리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라스베이거스 연설에서 엘사예드를 "유대인 혐오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하며 맹폭을 가했는데요. 위스콘신 주지사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한국계 프란체스카 홍 후보에게도 "공산주의자"이자 "미치광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쏟아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념 대결로 선거판을 전환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됩니다. 이란과의 전쟁과 유가 상승으로 지지율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죠. 공화당 지도부 역시 사회주의 위협을 부각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반면 공화당 내부에서는 이런 색깔론이 중도 유권자에게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이 격전지 공화당 캠프를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사회주의 공격 메시지를 부차적 주제로 간주했는데요. 톰 바렛 의원 캠프는 아예 사회주의 언급을 배제하고 의정 성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민주사회주의가 사유재산을 인정하며 민주주의 안에서 작동하는 개념인 만큼, 공산주의와 연결 짓는 건 구시대적 논리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기득권 자금의 한계와 새 지형
이번 경선에서 가장 눈에 띈 건 돈의 힘도 유권자의 선택을 바꾸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스티븐스 후보와 우호 단체는 9,800만 달러를 지출했고, AIPAC 연계 슈퍼팩도 3,200만 달러를 쏟아부었으나 패배했습니다. 엘사예드 진영은 750만 달러라는 절대적인 열세 속에서도 승리를 거뒀죠.
오히려 AIPAC의 막대한 지원이 엘사예드 진영에 역이용되어, 기득권 자금에 대한 유권자의 반감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실제로 미시간 민주당 지지자 대상 여론조사에서 AIPAC 비호감도는 거의 절반에 달했습니다. 이스라엘 지지가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정치적 부담이 되는 새 패러다임이 등장한 셈인데요. AIPAC은 이례적으로 공화당 후보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물론 엘사예드가 11월 본선에서 공화당 마이크 로저스 후보를 꺾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젊은 층과 고학력 백인 중심의 지지 기반을 노동자층과 중도 무당파로 넓혀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죠. 하지만 경합주 미시간에서 진보 바람이 주류와 돈의 공세를 뚫고 일었다는 사실은, 2028년 대선 경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노선 경쟁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