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국방으로 싸울 필요 없는 평화를 향해
6·25전쟁 발발 76주년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기념행사가 열렸습니다. 특히 올해는 국가 차원의 보훈 정책 방향과 군 구조 개편 구상이 함께 제시돼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재명 대통령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강력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전쟁의 걱정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참전용사의 예우를 넘어 군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제안했습니다. 징집병 중심의 현행 체제에서 벗어나 첨단 장비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강군으로 전환하고, 전문 병사 중심의 선택적 모병제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군 복무가 단순한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아닌 직업 선택이 되도록 해 복무 경험이 사회 복귀 후 성공의 밑거름이 되게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당연히 이런 변화는 미래 전쟁에 대비한 역량 강화라는 측면도 담고 있습니다.
한편 기념사에서는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빠졌습니다. 이는 적대적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대화와 소통의 여지를 열어두겠다는 유화적인 메시지로 풀이됩니다.
전국에서 울려 퍼진 감사의 마음
수원을 비롯해 창원, 광양, 군포, 과천, 남양주 등 전국 각지에서 76주년 기념식이 거행됐습니다. 참전유공자와 유가족, 지역 정관계 인사들이 함께한 이 자리에서는 모범 보훈대상자 표창과 추모 공연이 이어졌는데요. 특히 남양주의 어린이 뮤지컬이나 경남의 청소년 합창단 공연처럼 전후 세대가 참전 세대와 기억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보훈 예우의 실질적 변화도 두드러졌습니다. 지난 5월 20일부터 시행된 참전유공자법 개정안으로 유족까지 보훈 혜택 대상에 포함되었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보훈명예수당을 크게 인상했습니다. 또한 76년 만에 유족의 품으로 돌아간 무공훈장처럼, 그동안 인정받지 못했던 공로자들에 대한 포상도 이어졌습니다. 김해에서는 국방부의 무공훈장 찾아주기 사업을 통해 70여 년 만에 화랑무공훈장이 고 편성근 병장과 고 배용기 일병의 유족에게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잊히지 않을 기억, 세대를 넘어 이어가는 과제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는 라미 현 작가가 6·25 참전용사 2,500여 명의 얼굴을 담은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전 세계 22개국 용사들의 내면을 비춘 이 전시는 '잊힌 전쟁'으로 치부되던 한국전쟁의 기억을 다시 조명했는데요. 작가는 참전용사들에게 사진값은 이미 전쟁 때 지불되었다고 말하며 그들의 희생을 기렸습니다.
사실 6·25 전쟁은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의 바탕이 된 사건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예우를 강화하고 국방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힌 만큼, 참전용사들이 남긴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특히 전후 세대가 단순한 추모를 넘어 평화의 가치를 체감하고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 정책이 뒤따라야겠죠.
7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전쟁의 기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참전용사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 가운데,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보답하는 것은 우리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자 동시에 미래를 위한 의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