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파견과 긴급 대응 메뉴얼 가동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카자흐스탄, 오만,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했습니다. 중동 지역 정세 장기화에 따른 원유와 나프타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긴급 외교 행보인데요. 정부는 이미 지난달 UAE와 2400만 배럴 규모의 원유 우선 공급 합의를 이끌어냈고, 해당 물량이 국내 항구에 순차적으로 도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입 의존도가 원유 61%, 나프타 54%에 달하는 만큼, ‘제2의 공급 루트’ 확보 없이는 안정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청와대는 사태 발생 39일째를 맞아 비상경제상황실을 가동하는 한편, 이번 고위급 협의가 단순한 의례가 아닌 실제 선적과 운송까지 연결되도록 국내 에너지 기업들과의 협력을 뒷받침할 방침입니다.
‘나프타’가 의미하는 민생 리스크
이번 위기에서 유가 상승만큼이나 주목받는 것이 나프타 수급 문제입니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 원료일 뿐 아니라, 수액제 포장재와 주사기 같은 필수 의료용품 생산에 직결됩니다. 정부는 수급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해당 제조 업체에 원료를 우선 공급하고, 사재기 방지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행정적 조치에 나섰습니다. 한 논평에서는 기름값 상승보다 ‘공급망 붕괴’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과거와 달리 중동 국가들이 원유를 정제한 석유제품과 다양한 산업용 원자재를 직접 생산하는 공급 허브가 되면서, 분쟁이 우리 경제의 더 깊은 곳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요소수, 페인트 등 핵심 품목의 수급과 가격 동향을 실시간 ‘신호등 시스템’으로 모니터링하며 이상 징후에 즉각 대응할 태세입니다.
단기 안정화 조치와 장기 과제
정부의 당장의 목표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기 중인 한국 국적 선박 26척의 안전한 통과를 보장하고, 가계와 기업에 닥칠 물가 부담을 완화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1차 추경 예산 26조원 안팎의 신속한 집행을 우선 과제로 삼고, 나프타 가격 급등에 따른 민간 업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4800억원 규모의 별도 추경도 편성했습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지 않는 새로운 공급 루트를 확보하는 작업이 병행되고 있습니다. 홍해를 경유하는 대체 항로 검토와 함께, 사우디의 얀부항 등 새로운 접점을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죠.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수입원의 다변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강 특사의 이번 중동·중앙아시아 순방이 단기적인 ‘불 끄기’를 넘어, 취약한 공급망 구조를 점검하고 보다 탄력적인 에너지 안보 체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