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분배 효과, OECD 최하위권
한국의 조세·복지 제도가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2023년 OECD 소득분배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지니계수 개선율은 17.6%로 조사 대상 29개국 중 28위입니다. OECD 평균 34.4%의 절반 수준이고,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코스타리카 12.1%뿐입니다.
지니계수 개선율은 세금과 연금, 복지 등을 반영하기 전 시장소득과 반영한 뒤 가처분소득을 비교해 불평등이 얼마나 줄었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한국은 시장소득 지니계수가 0.392로 29개국 중 가장 낮았는데, 가처분소득 기준으로는 0.323으로 순위가 22위까지 내려앉습니다. 시장에서 벌어들인 소득 격차는 작은 편이지만, 세금과 복지가 이를 더 좁혀주는 힘은 약하다는 뜻입니다.
고령층에서 두드러지는 한계
연령대별로 보면 격차는 더 뚜렷합니다. 66세 이상 고령층의 개선율은 29.6%로 OECD 평균 57.1%에 크게 못 미치며 28위에 머물렀습니다. 고령층의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0.540으로 스위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지만,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380으로 27위까지 떨어집니다. 감소 폭 0.160은 OECD 평균 0.420의 38% 수준입니다. 18~65세 연령층도 개선율 13.7%로 27위에 그쳤습니다.
이런 결과는 고령층이 여전히 일에 의존하고, 연금과 정부 지원이 소득을 보완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반면 슬로바키아 48.3%, 벨기에 47.7%, 핀란드 47.2%, 프랑스 42.2% 등은 높은 개선율을 기록했습니다. 영국 29.7%, 미국 22.1%도 한국보다 높습니다.
개선됐지만 순위는 제자리
절대 수치만 보면 나아진 부분도 있습니다. 한국의 개선율은 2015년 11.6%에서 2020년 19.0%까지 올랐습니다. 다만 이후 2021~2023년에는 18.8%에서 17.6%로 다시 낮아졌고,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는 18.5%로 소폭 반등했습니다. 순위는 2011년 23위, 2018년 31위, 2023년 28위로 좀처럼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 박지원 분석관은 개인소득세의 누진성과 재분배 효과 보고서에서 소득세 정책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과세 기반과 부담 수준을 고려해 설계하고, 확보된 재원을 재분배 정책과 연계하는 재정지출 측면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성장의 혜택이 일부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조세·복지 기능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