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문은 어떤 사람들이 나왔을까
배우 하영 씨가 증조부의 친일 행적을 두고 사과하면서 시작된 논란이, 광복절을 전후해 뜻밖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예능에서 자랑스럽게 언급했던 '4대 의사 집안'의 뿌리가 알고 보니 친일 단체 활동 이력이 있는 인물과 연결되면서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요. 이 일을 계기로 온라인에서는 자신의 성씨와 본관을 입력하면 독립유공자와 친일반민족행위자를 동시에 보여주는 '친일파 스캐너'가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한눈에 보이는 역사, 그 너머의 민심
이 사이트는 국가보훈부 공훈전자사료관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공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사용자가 본관을 입력하면 해당 가문에 속한 독립운동가와 친일 인사 명단이 각각 정리되어 나타나는 방식인데요. 하영 씨의 본관인 '순흥 안씨'를 검색하면 도산 안창호 선생과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독립유공자 25명이 먼저 뜨고, 반면에 증조부 안상호와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등 친일반민족행위자 3명이 함께 표시됩니다. 같은 본관 안에서도 극명하게 엇갈린 역사의 면모를 한눈에 보여주는 셈이죠. 이런 결과들이 SNS에서 공유되면서 네이버에서 '조상찾기' 검색량은 전년 대비 50배, 광복절 당일에는 100배까지 치솟았고, 성씨 정보 사이트 '뿌리를 찾아서'는 접속자 폭주로 한때 마비되기도 했습니다.
열광 뒤에 남는 질문
당연히 이런 움직임이 반가운 역사 의식의 확산으로만 읽히지는 않습니다. 본관이 같다고 해서 모두 직계 혈연이거나 가까운 촌수인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오해의 소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사이트 개발자 역시 같은 본관에는 수십만 명의 구성원이 있을 수 있으며, 조상의 행적을 후손 개인의 책임으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는 헌법상 연좌제 금지 정신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입니다. 하영 씨를 둘러싼 상황도 마찬가지인데요. 소속사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던 탓에 비판이 거셌고, 결국 보건복지부 홍보 영상과 일부 광고가 비공개로 전환되는 등 방송계와 광고계의 거리두기가 나타났습니다. 다만 출연 중인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는 촬영을 이어가며 사안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고, 하영 씨도 촬영 중 눈물을 흘리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역사적 진실을 마주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의 존엄과 무고한 후손들의 삶을 해치지 않는 선을 찾는 것, 그것이 이번 논란이 우리에게 던진 과제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