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미뤄지는 '코인 세금'
2027년 1월 시행 예정이던 가상자산 과세가 네 번째 유예 기로에 섰습니다. 청와대는 "검토 중"이라며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당정 협의에서 2029년 시행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된 제도가 벌써 세 차례 미뤄졌고, 이번에도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커진 겁니다.
과세 방식은 연간 양도·대여 소득에서 250만 원을 공제한 뒤 22%의 세율을 적용하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시행 시점을 두고 여야 모두 유예론으로 기울었다는 점인데요.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 등 14명은 시행일을 2029년 1월로 늦추는 법안을 발의했고, 국민의힘은 아예 유예를 당론으로 정했습니다.
유예 논리의 근거와 허점
가장 자주 인용되는 근거는 국제 정보교환 체계입니다. OECD가 주도하는 CARF에는 내년부터 46개국이 참여하지만, 미국은 2029년에야 합류합니다.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거래소 이용자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만 세 부담이 쏠린다는 겁니다.
다만 이 논리는 반박의 여지가 적지 않습니다. 일본과 미국은 정보교환 체계가 갖춰지기 전에 이미 과세를 시작했고, 인프라가 미흡하더라도 시행 후 보완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청년층 자산 형성을 근거로 드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합니다. 국내 가상자산 이용자 실태조사를 보면 40대가 26.9%, 30대가 26.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반복된 후퇴가 남긴 것
이번 사안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앞선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려다 개인투자자 반발에 물러섰고, 비거주 1주택자 종부세 공제 축소안도 철회했습니다. 조세 원칙이 여론에 따라 흔들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전문가들은 방향을 바꾸기보다 속도를 조절하라고 조언합니다. 강성훈 한양대 교수는 방향이 잘못됐다면 고쳐야 하지만, 반발을 이유로 방향 자체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단계적 시행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회는 다음 달 2일 토론회를 열어 과세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함께 논의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