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5만 명 추가 파병설, 북한은 왜 멈추지 않나
북한군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규모 추가 파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대 5만 명의 추가 투입 가능성을 거듭 경고했고, 영국 BBC 역시 더 많은 북한군이 러시아 전쟁에 합류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보도했는데요. 사실 북한군의 추가 파병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다만 이번에는 구체적인 규모까지 거론되면서 단순한 추측을 넘어 실제 가능성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2024년 말부터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지역에 최정예 부대인 폭풍군단 출신 약 1만 3천 명을 파병했습니다. 북·러 양국은 2025년 4월 이 사실을 공식 인정했으며, 이후 치열한 전투를 통해 상당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은 이 중 3천 명이 사망하고 1천 5백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추산했고, BBC 코리아는 추모 시설을 분석해 사망자를 약 2천 3백 명으로 집계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러시아에 남아 있는 북한군은 8천 5백 명 안팎으로, 4개 여단으로 편성돼 쿠르스크 국경 수비 임무를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현재 직접적인 전투 작전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었지만, 언제든 재투입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GDP의 3분의 1을 벌어들인 파병
이처럼 큰 대가를 치르면서도 북한이 파병을 이어가는 데는 명확한 경제적 동기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무기 판매와 병력 파견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약 100억 달러(약 13조 4천 500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의 추산에 따르면, 이는 북한 연간 국내총생산(GDP) 약 300억 달러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규모입니다. 사실상 파병이 북한 경제의 핵심 외화 수입원으로 떠오른 셈인데요.
물론 이 돈이 북한 주민의 삶을 직접적으로 개선하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외화 확보와 함께 러시아라는 강력한 군사적 후원자를 얻는다는 점에서 파병의 매력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4년 반이 넘으면서 심각한 병력 부족에 직면해 있고, 콜롬비아나 케냐 등 다양한 국가의 용병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이 개발한 KN-23 등 각종 탄도미사일과 포탄을 러시아에 지원한 대가로 현금과 원유를 받고 있다는 정황도 여러 차례 포착되었습니다. 결국 북한은 병력을 지원하고 러시아는 경제적·군사적 대가를 제공하는 형태로 양측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습니다.
대중국 의존에서 벗어나는 지정학적 전환
파병의 의미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지정학적 차원에서도 주목할 만합니다. 북한은 오랜 기간 대외 관계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해 왔는데,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이 구도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2025년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선 모습은 북한이 중국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 러시아와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반대로 일각에서는 과도한 전투 손실이 북한군 내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는 전투력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북·러 간의 상호 이익이 유지되는 한 추가 파병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국의 방공망 지원을 요청하며 북한의 추가 파병 가능성을 거듭 강조한 것도 이런 흐름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첨단 군사 기술을 이전받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어,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 외에 장기적인 군사력 강화라는 목표도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당분간 북한은 러시아 전쟁에 깊이 연루된 채로 지정학적 존재감을 키워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북한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 있고, 그만큼 국제사회의 우려와 대응도 심화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