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5개월, 13차례에 걸친 조직적 담합
공정거래위원회가 대상, 사조CPK,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4개 전분 및 전분당 제조업체에 총 7,47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는 담합 사건 기준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이들 4개사는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7년 5개월 동안 무려 13차례에 걸쳐 판매가 인상 및 인하 시기를 사전에 합의한 혐의로 적발되었습니다.
전분과 전분당은 라면, 과자, 빵, 음료, 맥주 등 대부분의 식품에 들어가는 핵심 원료입니다. 4개사의 시장 점유율은 전분 95.7%, 전분당 86.4%로 사실상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대규모 장치 산업의 특성상 신규 진입이 어렵다는 점이 20년 가까이 이런 지위를 유지하게 한 배경입니다.
전쟁과 팬데믹을 틈탄 가격 조작
이들 기업은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곡물 가격 변동을 빌미로 삼았습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수입 가공용 옥수수에 할당관세 0% 혜택을 부여했지만, 4개사는 국제 옥수수 시세가 오를 때만 판매가를 빠르게 올리고 내릴 때는 인하를 최대한 늦추는 방식으로 움직였습니다.
2022년 11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 전분당 평균 판매가는 담합 시작 전 대비 무려 73%나 치솟습니다. 1kg당 559원에서 971원까지 오른 것입니다. 임원급 정기 모임에서 품목별 인상 금액을 정하고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으로 공문 발송 날짜까지 조율했으며, 우체국에 동행해 발송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소상공인과 소비자에 전가된 피해
이번 담합의 피해는 거래처를 거쳐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갔습니다. 빵집 등 후방산업 소상공인들은 원재료비가 2배 이상 뛰면서 직원을 줄이는 고육지책을 썼고, 과자·빵·음료 등 식탁 위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와 함께 담합 이전 가격으로 되돌리라는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렸습니다. 향후 3년간 반기마다 가격 변경 내역을 보고해야 하고 검찰 고발도 이루어졌습니다. 대상·사조CPK·CJ제일제당 대표이사를 포함한 25명이 기소됐고, 삼양사는 수사 협조로 제외됐습니다.
이번 조사의 칼날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입찰 담합과 부산물 가격 담합 혐의가 추가로 조사되고 있으며 관련 매출이 2조 5천억 원에 달합니다. 최종 과징금은 1조 2천억 원을 넘을 전망이고, 올해 식료품 원재료 담합 과징금만 1조 8천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를 경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