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완화 기류에 시장 숨 고르기
최근 서울 강남권 일부 중개업소에서는 이례적인 풍경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내놓았던 급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1억~2억 원가량 올리려는 매도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기 시작한 건데요. 이는 정부와 여당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 방향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생긴 변화입니다.
사실 이 논의는 지난 8월 2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본격화됐습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부득이한 사유로 집을 비우는 1주택자들의 경우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기존 정부안은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추고 세 부담 상한을 200%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1주택자에게 동일한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손질하자고 요청했고, 정부와 청와대도 실거주 인정 범위 확대에 공감대를 이룬 상황입니다.
당연히 시장은 이 기류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세제 완화 기대감이 형성되면 매물 출회가 줄고 국지적 가격 조정이 멈출 수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다만 정책 발표 불과 20여 일 만에 방향을 트는 모습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를 생색내기용 쇼이자 땜질식 처방이라 비판했고, 이광수 경제평론가 역시 정치가 시장의 신뢰를 저버려선 안 된다며 강하게 지적했습니다.
500세대 이하 권한 이양, 서울시와의 갈등
종부세 논의와 함께 주목받는 건 소규모 재개발·재건축의 행정 권한 이양입니다. 당정은 서울 내 500세대 이하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기초단체장에게 넘기기로 합의했는데요. 현재는 서울시장이 정비구역을 지정하지만, 앞으로는 구청장이 직접 계획을 수립하고 인허가를 관리하게 될 전망입니다.
이 조치는 인허가 기간을 단축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입니다. 구윤철 부총리도 행정 절차를 대폭 줄여 신속한 공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고,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 처리를 서두르겠다고 했습니다.
반면 서울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정비구역 지정 심의와 통합심의가 전체 사업 기간의 2.7%에 불과할 정도로 병목이 아니라고 주장했는데요. 오히려 현장에서는 자치구의 인허가 지연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용적률과 도로, 공원 등 광역 인프라에 대한 종합 검토가 필요한 서울의 특성상 권한 분산은 난개발과 정책 일관성 결여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습니다. 특히 자치구마다 잣대가 달라지면 형평성 논란이 생기고, 500세대 기준에 맞춰 사업 구역을 임의로 분할할 경우 주민 공용시설이 축소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책 신뢰 회복이 먼저입니다
이번 부동산 대책은 민심을 수습하려는 정부와 여당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서울 지역 지지율이 부동산 정책 불만으로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의 일관성을 잃으면 시장의 혼란만 가중된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국민의힘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당시와 마찬가지로, 정부 정책을 믿고 주택을 처분한 이들만 손해를 보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대출 규제와 보유세 폭탄 중심의 정책 기조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용산공원 부지 활용 방안 역시 아직은 서울시와의 협의가 남아있어 최종 결론을 보류한 상태입니다. 김민석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비판했지만, 서울시의 반발이 거센 만큼 실제 성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결국 공급 확대와 세제 개편 모두 필요한 과제입니다. 다만 수개월 만에 기조를 바꾸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국민과 시장의 불신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속도전보다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먼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