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의 벽에 부딪힌 기후 협상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지난 23일 폐막했습니다. 2주간의 협상 끝에 '무치랑 결정문'을 채택했지만, 가장 핵심적인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은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며, 유럽연합과 약 80개 개발도상국이 추진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 무산되었습니다.
이번 총회는 파리협정 채택 10주년을 맞아 큰 기대를 모았지만, 미국이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은 가운데 진행되었습니다. 중국도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주요 배출국들의 소극적인 태도가 두드러졌는데요. 콜롬비아 대통령은 "화석연료 사용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선언문에 동의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독자적 행보와 국제적 반응
국제사회의 화석연료 퇴출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한국은 이번 총회에서 203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겠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했습니다. 또한 2040년까지 석탄 발전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탈석탄동맹'에도 가입했는데요. 비산유국이면서도 석탄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이러한 결정은 국제사회에서 주목받았습니다.
일본이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탈석탄동맹 가입을 유보한 상황과 대비되면서, 일각에서는 한국의 행보가 무리한 목표 설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제적 합의 없이 단독으로 추진할 경우 산업 경쟁력 약화와 전기 요금 인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부분적 성과와 남겨진 과제
COP30에서는 몇 가지 의미 있는 합의도 이루어졌습니다. 2035년까지 기후변화 적응 재원을 현재보다 3배 늘리기로 했고, '벨렝 적응 지표'를 채택해 그동안 정량화하기 어려웠던 적응 분야의 진척을 측정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 개발에 합의한 것도 주목할 만한 성과입니다.
그러나 아마존 관문 도시에서 개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산림 벌채 중단 약속을 얻어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2년 전 합의된 산림 벌채 종식 목표에 대한 로드맵 채택에 실패하면서 기후 위기 대응의 또 다른 축이 무너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후 리더십의 공백과 향후 전망
이번 COP30은 국제적 기후 리더십의 공백을 드러낸 회의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미국의 부재와 중국의 소극적 태도, 산유국들의 강력한 반대 속에서 다자주의 기후 체제의 한계가 뚜렷이 드러났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합의를 '석유, 가스, 석탄 산업계의 승리'로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내년 COP31은 튀르키예에서 개최될 예정이지만, 화석연료 퇴출 논의는 유엔 공식 절차 밖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브라질은 별도의 플랫폼을 통해 논의를 주도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콜롬비아와 네덜란드는 내년 4월 화석연료 퇴출 국제회의를 공동 개최할 예정입니다. 기후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분열이 깊어지면서 실질적인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